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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正연휴 볼만한 비디오-재미가 최고.재미속의 예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연휴에 집에 남은 사람들이 조용히(또는 쓸쓸히),그러나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중 하나가 비디오 보기다.휴일 극장가의인기작들은 항상 만원사례다.극장에서 줄서기가 성가시다면 찬찬히흥미로운 비디오를 찾아보는 것이 오히려 유익할 수도 있다.연말결산에 바빠 한동안 비디오 대여점에 가보지 못했더라도 상관없다.연말연시는 비디오업계에서도 대목이라고 판단,재미가 솔솔한 속칭.대박'들을 내놓기 때문이다.신정연휴 볼만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재미가 최고 ***최신 개봉 영화에 못지 않은 비디오 인기작품들을 보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오락 액션물인.미션 임파서블'(CIC) .더 록'(브에나비스타) .007골든아이'(시네마트) .히트'(드림박스)등은 나오자마자 대여순위 상위 랭커가 됐다.이미 극장에서 관람한 사람이많은데도 대여점에 가면 거의 틀림없이 껍데기만 남아 거꾸로 꼽혀있을 작품들이다.
나온지 얼마 된.이레이져'(드림박스) .12몽키즈'(CIC)등은 이제 조금 선도가 떨어져 동네에 따라서는 남아있을 수도 있다.굳이 이러한 작품들만 원한다면 작품당 수십개씩 확보하고 있는.으뜸과 버금'등 대형 비디오점을 찾아가는 수 고를 해야 한다. 비디오를 보는 시간 만큼은 일상을 잊고 환상여행을 하고싶은 때다..델리카트슨 사람들'을 만든 콤비 감독 장 피에르 주네.마르크 카로가 만든.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SKC)는 기상천외한 배경 설정과 무한한 상징성을 던져준다.과학 의 비인간성이라는 무거운 메시지를 전달해준다.실패한 유전공학자가 남긴변조된 인간들:아내가 난쟁이가 돼버리고 여섯 쌍둥이는 잠꾸러기로,친구는 두뇌만 있고 몸뚱이가 없는 기괴한 존재가 되고 만다..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가 꿈같은 시 각효과에 의해 만들어진 화면에 배어있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밥상을 같이하는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면.바베트의 만찬'(드림박스)이 권할 만하다.영화의 무대는 덴마크의 작은 마을.청교도적인 엄격한 생활을 하는 노파 자매가 사는 집에 1급 프랑스 요리가 준비된 만찬이 베풀 어진다.하녀 바베트가 복권에 당첨돼 마련한 이 식사에서 그녀의 숨겨진 과거이야기가 풀려나온다.그 이야기에서 우리 자신이 타인에게 자칫 소홀히 한 것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감동 때문에 88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게된 점을 수긍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가 마지막 사력을 다해 만든.구름 저편에'(드림박스)는 찬찬히 삶과 사랑을 반추할 수있게 하는 영화다.네개의 에피소드가 교묘하게 나열된 이 작품은그러한 반추를 적어도 네번이상 하게 해준다.어 찌보면 작위적이기도 하고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서양인들이 끝없이 갈구하는 사랑에 대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컬트영화라고 해야할.바그다드 카페'를 인상깊게 봤다면 같은 감독이 만든.연어알'(스타맥스)을 주저없이 선택할 것이다.여기서도 역시 여자들끼리의 사랑이 나온다.알래스카의 한적한 도서관서기와 에스키모 혼혈의 두 여자가 만나면서 서로 의 상처처럼 남아있는 속얘기를 한다.그러한 마음속 깊은 고백들은 자연히 둘을 사랑으로 이끈다.그러나 동성애이기에 또다른 굴레를 넘어야 한다.독일 여류 감독 퍼시 애들론의 인간애에 대한 고뇌는 뚜렷한 화면의 색채감만큼 다가온다.

<채 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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