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태생의 18세기 영국시인 로버트 번스는 째지게 가난한 농부의 큰아들로 태어났다.청년기에 이미 허리가 많이 굽었던 것도,우울증과 통음(痛飮)등으로 37세의 짧은 삶을 마감한것도 어린 시절부터의 고된 노동 탓으로 알려져 있다.일평생 가난과 질병 등 불행이 끊이지 않았으나 그는 결코 자포자기하지 않고 언제나 절망으로부터 빠져나와 삶을 즐기려는 태도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같은 삶의 배경을 감안할 때 그의 시가 스코틀랜드의 전원생활과 그곳 사람들의 질박한 정서를 담는 한편.서민의 목소리'를대변하고 있음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특히 약자에게 군림하는 강자와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는 가진 자들에 대한 불같은 증오가 그의 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옛 민요에 가사를 붙이는 형식으로 씌어진.올드랭 사인'은 지난 시절의 고향에 대한 갖가지 추억들을 소박하지만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오랫동안 헤어졌던 옛날 친구들을 모처럼 만나 추억을 되새기면서 술잔을 나누는 것이 이 시의 겉에 나타나는 모습이지만,내면적으로는 향토애,친구와의 우정,만남과 헤어짐 등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이 노래가 전세계적으로 만날 때,헤어질 때,또는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 애창돼오고 있는 것도 그 까닭이다.스코틀 랜드에서는.국민시인'으로,보통.농민시인'또는.민중시인'으로 불리는 번스의.올드 랭 사인'이 동류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로 즐겨 불리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금년 한 해를 보내는 직장인들의 송년회에서 유독 이 노래가 많이 불렸다면 거기에는 까닭이 있을 법하다.기구축소니 명예퇴직이니 해서 수많은 직장인들이 자리를 떠난데다가 노동관계법 기습처리로 직장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흉흉한 것과 무관 하지 않을 것이다.“내년 송년회에도 자리를 함께 할 수 있을까”또는“나 또한 내년에는 자리를 떠나야 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초조감이너나 할 것 없이 가슴 속 한귀퉁이를 무겁게 짓누르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올드 랭 사인'이.만남의 노래'가 아닌.이별의 노래'로만 애창돼서는 밝은 사회를 기대하기 어렵다.그것은 이 시를 만든 번스의 참뜻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