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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지은이는 손사막(孫思邈).평생 벼슬을 마다한 재야(在野)의 명의로.진인(眞人)'의 존칭까지 받았으며 도교(道敎)서는 지금도 약왕묘(藥王廟)에 받들어 모시고 있다.
.손진인비급천금요방(孫眞人備急千金要方)'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도 불리는 당대(唐代) 대표 의학서의 하나지만 현재 원본은 남아있지 않고 북송(北宋) 때 복간본만이 전해져 있다.
…남자에게 여자가 없어서는 아니되며 여자에게 남자가 없어서는아니된다.만약 고독한 채 교접(交接)을 생각하면 수명이 손상되며 백병이 생기느니,나이 서른에 이르면 마땅히 방중술(房中術)을 알아야 하리라.그 길은 매우 가까움에도 능히 행하는 자 적도다…. .대단히 손쉽다'는 그 비법.그대로 실행하면.기력 백배하여 지혜가 날로 새로워지리라'는 손진인(孫眞人)의 방중비술대목을 읽고 을희는 아연실색했다.하룻밤에 열명의 여자를 접하되사정(射精)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접하되 사정하지 않는 것도 어려운 노릇이겠거니와 .하룻밤에 열 여자'라니 그게 어디 가당한 일인가.옛 왕궁이나 옛 부호의첩실에서라면 몰라도….
“아무리 고전(古典)이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맞지 않는 책 같네요.” 출판하기 어렵다며 물리기는 했으나 그의 비방이라는 것이 계속 을희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여자를 자주 접할지라도,나이 스물인 남자는 나흘에 한번 사정할 것이며,서른인 자는 8일에 한번,마흔인 자는 16일에 한번,쉰살이 된 자는 21일에 한번,예순이 넘은 자는 접하되 사정치 말 것이다.단 체력이 왕성한 자는 한달에 한 번쯤 사정하는 것이 좋다.무릇 오래도록 사정치 아니하면 위험한 종기가 생기느니라….
손진인의 비법이란 요컨대.자주 접하되 자주 사정치 말라'는 것이고,.남녀는 반드시 짝지어 살라'는 것이다.그의 말대로 쉬워는 보이되 실은 정녕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독신자가 늘어가는 요즘 세태를 보면 손진인은 대체 어떤 처방을 내릴 것인가.
.그 또한 여러 여자를 자주 접하는 한 방법'이라 쓴웃음 지을것인가.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진짜 독신자도 많다.을희는 자의반(自意半) 타의반(他意半)의 독신자다.남편과 이혼한지 스무남은해.그새 유혹도 수없이 받았지만 구실장하고의 하룻밤 정사랑 켄트교수와의 불모(不毛)의 접촉을 제외하고는 아예 섹스를 외면한.수절(守節)'의 세월을 보냈다.남자가 오래 사정치 않을 경우.위험한 종기'가 생긴다면 여자가 오래도록 오르가슴으로 음액을 흘리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되는가.폭도에게 폭행당하자 뜨겁게 달군 철봉으로 음문이 지져지듯 고통스러웠 다고 불타에게 실토한 연화색니(蓮花色尼)의 말이 떠올랐다.
글=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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