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통합2년무엇을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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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제부처가 통합된지 23일로 만 2년이 지났다.그러나 소기의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초기에는 뭔가 될 것 같더니만 시간이 갈수록 조직개편의 본뜻인 규제완화와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우선 그새 새로 생겨나고 늘어난 조직이 많다.조직개편 1년여만인 올 1월 기존의 공업진흥청을 확대 개편해 중소기업청을만들었고,3월에는 공정거래위가 장관급으로 격상됐는가 하면,8월에는 해양수산부가 생겨났다.비경제 부처이긴 하지만 외무부에는 중남미국이 신설됐다.
재정경제원에 1국2과,통상산업부에 2국1과,건설교통부에 1국3과가 각각 늘어났다(부처내 조정을 뺀 순증 기준).이에 따라각 부처의 인원도 불어났다.94년말 9백70명이었던 재정경제원의 경우 지금은 1천6명이다.통산부도 9백64명에서 9백78명으로 늘어났다.
예산과 세제.금융등.경제 3권(權)'을 거머쥔 공룡 부처 재정경제원은 정책이나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와 함께 독주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세입추계(옛 재무부)와 세출(옛 기획원)기능이 합쳐지자 예산 짜는데는 한층 능률적으로 바뀌었다. 물가관리 업무도 재경원 산하인 국세청.관세청과 옛 기획원 식구였던 공정위까지 협조체제를 이루게 된 측면도 긍정적인효과중 하나다.
그러나 정책에 대한 견제와 균형 기능이 사라졌다.정책은 거의재경원 뜻대로 간다.다른 부처는 들러리라며 불만이 많다.국제수지 관련 정책쪽은 부처내 총괄조정기능이 없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부처 통폐합에 따른 생산성.효율성 제고는 양쪽의 편가르기 때문에 오히려 악화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고백이다.행정서비스는 여전히 공급자나 생산자 중심이고,권한 이양과 규제완화가 미흡하다.
개편 자체가 행정수요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규제완화와 민영화.경제력집중 완화.개방등이 주된 행정수요인데 이런 것들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일어나는 부작용이 많다.결국 94년말의 잘못된 개편은 부분 적인 재수술을 가져왔다.한국.미국간 통상문제가 크게 불거진 지난해 재경원에 국제협력관실을 새로 만들었다.하지만 통상 현안의 종합조정이란 기능에는 역부족이다.
정책조정 기능이 실종됐다는 지적에 지난 6월 1국.5과였던 재경원 경제정책국을 1국.1심의관.7과로 확대조정했다.재경원 통합 이후 정책 기능이 약화된 가운데 금융이나 예산등 눈에 띄는 정치적 현안에 장.차관등 고위직이 매달리자 경 기순환과 양극화.반도체 쇼크등 경제 현안에 대한 대책이 시기를 놓쳤고 추진력도 약해졌다.
경제부처에 이어 곧 한다던 비경제부처의 조직개편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지방 행정조직 개편 시기도 놓쳤다.
두 부처를 합쳤더니 서로 살아남기 위해 자기 업무의 중요성을강조하고 나선 결과 정작 정리해야 할 규제와 관리,특정 부문에대한 보호를 아직도 털어내지 못했다.규제완화나 불필요한 업무를줄인 뒤 조직 통폐합을 하지 않고 조직부터 줄여놓고 조직개편을추진했기 때문이다.
인사를 둘러싼 불만과 갈등도 여전하다.여지껏 어느 부 출신을따진다.옛 기획원 출신들은.재경원의 재무부화'를 우려한다.94년말 기획원과 재무부가 1대1로 합쳤는데 그뒤 기획원 출신은 자꾸 다른데로 밀려나고 재무부 출신이.기획원 몫 '을 잠식하고있다고 주장한다.
통합때 인력을 적절하게 배치한다고 했지만.인공위성'으로 불리는 유휴인력이 많다.재경원의 경우 타부처 파견(46명).유학(59명)등이 1백51명이나 된다.전체 직원의 15%다.
특히 국장과 과장급의 경우 과천 본부와 파견.교육중인 숫자가비슷하다.재경원의 경우 본부가 1백17명,파견과 교육이 1백2명이다.통산부도 그 비율이 88대 63이다.건교부의 국.과장급인공위성도 35명이다(표참조).
그나마 파견 인력이 재경원.통산부등 일부 부처에 집중돼 있다.정보통신과 과학기술.환경등 새롭게 떠오르는 전문분야의 파견인력은 불과 몇명 수준이다.파견인력이 본국에 보내는 정보가 적고수준도 낮은데다 그나마 본국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같이 많은 유휴인력 때문에 인사철만 되면 본부로 들어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줄잡기'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인공위성의 자리마련을 위해 몇달만에 국장과 과장이바뀌기도 한다.따라서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제대로 익힐 수없다.소신있게 일을 하기도 어렵다.
정부 조직개편은 만2년 지난 지금 와서 또다시 재개편의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양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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