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를가다>끝.뿌리내리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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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호젠트(타지키스탄)=안성규 특파원]“우즈베키스탄은 대우,카자흐스탄은 삼성,그리고 타지키스탄은 갑을.”중앙아시아에 가면 그렇게 말들을 한다.바로 그 나라에서의 각 기업 위상과 그런 위치를 갖기 위해 들인 품을 상징하는 말이다.이들 한국 기업으로서는 나름대로의 해외투자 전략의 하나로 이룬 것들이지만 이들사업이 그 나라에서 갖는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국민차사업을 벌이는 대우는 이 나라 최대의 투자기업으로 대우받는다.대우는 1억달러를 자체 투자하고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지불보증 아래 국제금융을 통해 4억8천만달러를 조달,자동차 조립공장을 지었다.이 사업은 우즈베키 스탄에도 대규모 외국투자가 가능함을 보여주고,러시아를 제외한 독립국가연합(CIS)국가중 유일하게 자동차 제조능력을 가진 나라라는자부심을 안겨준 귀중한 손님인 것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삼성이 눈에 띈다.카자흐스탄에는 이런저런 세계의 기업들이 들어와 있지만 대부분 실제 별다른 투자없이 눈치만 보는데 비해 삼성물산은 제스카스칸동(銅)광산 경영을 맡고 나섰다.전체 투자소요자금이 5억달러로 만만찮은 규 모며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도 2억달러 남짓하다.한국화약도 카자흐스탄에서 2천만달러짜리 전자교환기 사업과 5억달러가 들어가는 수력발전소2기(基)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갑을이 타지키스탄에서 갖는 의미는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에서대우.삼성이 갖는 것보다 더욱 크다.갑을은 호젠트 3천만평의 목화농장에서 나오는 면화를 가공,실과 옷감을 만드는 면방직공장을 운영하고 있다.3만5천추 규모에 투자액도 1 억달러를 조금넘는 수준이어서 한국 기준으로는 대단치 않다 싶겠지만 현지에서는 전혀 다르다.바로 이 나라 유일의 제조업체며 후잔드가 위치한 레니나바트주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최대의 기업이자 가장큰 고용주이기 때문이다.그래서 갑 을은 타지키스탄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이런 한국 기업들의 활동은 자본주의의 토양이 척박한 이 나라에 자본주의의 뿌리를 내려주고 있다.제스카스칸 동광을 경영하는삼성은 이들에 국제시세 보는 법,은행과의 금융협상등 자본주의 수법및 토요근무,하루 10시간 근무같은 자본주의 의 어려움을 가르치고 있다.대우도 현지인력을 서울로 보내 교육시키면서 기술훈련과 함께 자본주의 강습도 하고 있다.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 러시아에서 한국기업들이.이윤만 빼먹는 기업'이라고 비난받는 것과 달리 이들 중앙아시아 진출 기업은 진정으로 그 나라를 생각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옛소련에서 독립한 후 많은 외국기업들이 관망자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실제로 투자를 했다는 과감성에 고마움을 갖고 있어 앞으로벌이게 될 사업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현지기업들은 기대한다.
국민이 좋아하는 기업은 상층부도 좋아하게 돼 있다.대부분의 중앙아시아 국가 상층부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한국을.가까운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우즈베키스탄에서는“대우를 통하면 차관은 당일,장관은 이틀,부총리나 총리는 사흘이면 만난다” 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앙아시아 각국이 한국 기업과 맺고 있는 이런 호의적인 관계는 앞으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미래의 땅'인 이 곳에서 한국의 발판을 넓히는데 든든한 자산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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