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지구촌 자연재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72년 태풍 허리케인이 독일 북부지역을 강타했을 때 피해는 엄청났다.4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쓰러진 나무는 6천만 그루에 달했다.그에 비하면 동물의 피해는 대단치 않았다.37마리의동물들이 죽었는데 그것도 모두 가축이었으며,야생 동물들은 거의피해를 보지 않았다.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태풍이 강타하기 18시간 전 기압계는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았지만 야생의 노루.사슴.멧돼지들은 불안을 느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태풍지역을벗어나려는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
몇년전 중국남부에서 두차례에 걸쳐 진도 6.1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그 직전 동물들의 기이한 행동이 관측됐다고 한다.바닷속의 문어들이 떼지어 연안으로 몰려나오는가 하면,수만마리의 닭들이 일제히 모이를 거부하기도 했고,한 학 교의 연구실에서는 수많은 쥐들이 날뛰면서 서로 꼬리를 문채 한줄로 늘어서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신경계에 제2철염이라는 화학물질이 축적돼있어 그것이 지구 자장(磁場)의 변화에 반응하는 것으로 추측한다.그 까닭에 동물들의 신경계는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기계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해 재난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지진.홍수.태풍 등 각종 천재(天災)에 거의 무방비 상태인 인간은 동물보다도 못한 셈이다.매년 1천번 가량의크고 작은 지진을 겪어야 하는 일본의 경우 지난 30년간 과학적인 지진 예측 과제에 10억달러나 투입했지만 정작 주요 지진은 한번도 제대로 예측해내지 못했다.그래서 과학자들은 지진 예측에 쓸 비용을 지진 발생뒤 피해복구비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각종 자연재해는 갈수록심각하게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독일의 한 재보험회사 집계에 따르면 올 한햇동안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1만1천명,재산피해는 약 6백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공업가스가 대기권에 열을 가둬두고 있기 때문에 지난 1세기동안 지구 온도는 섭씨 0.6도 상승했다.지구가 더워지면 더워질수록 가뭄.홍수.폭우.폭설 등의 기상이변은 더욱 심해진다니 자연재해도 결국은 인간의 자승자박(自繩自縛)인 셈이다.자연에 순 응하는 동물의 속성이 오히려 부럽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