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레스토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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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셰프, 즉 주인장이 주방장인 레스토랑엔 분명 +알파가 있다. 그 알파는 ‘이름값’의 대가(對價)일 게다. 한 다리 건너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자존심을 걸고 바로 고객과 교감하니 한치 소홀함이 있을 수 없다. 각별한 서비스는 기본. 여기, 손님과의 소중한 인연을 요리에 담아 내는 오너셰프 이탈리안 레스토랑 두곳이 있다.

리스토란테 에오
■ “추천 메뉴요? 메뉴의 70%는 날마다 바뀝니다. 철 따라, 손님의 컨디션 및 모임의 성격에 따라 메뉴가 정해지죠.” 청담동 소재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에오’ 어윤권셰프의 말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의 90%는 단골. 예약시 편한 가족모임인지, 격식을 갖춰야 할 비즈니스 자리인지 시시콜콜 터놓고 얘기한다. 목적과 상황에 따라 메뉴가 달라짐은 물론, 특별주문도 가능하다. 어씨의 요리철학은 명실상부한 ‘고객중심’. 맛이든 서비스든 손님이 왕임을 잊지 않는다. 단골 중엔 기업 총수나 CEO들이 적지 않다. 나이 지긋한 손님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웰빙·건강 메뉴가 많아졌다. 요리시 단백질은 많되 탄수화물은 적은 제철 재료를 고집한다. 양도 적고 간결하다. “처음 오신 분이나 젊은 손님중에는 양이 적어 당혹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반응을 살펴 양을 조절하거나, 손님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런 세심함은 요리=마음이라는 어씨의 컨셉트와 맞닿아 있다.
“어윤권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찾은 손님을 결코 실망시킬 수 없지요. 신뢰야말로 진정한 맛의 요체죠. 요리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심적이면서 아름답고 맛나고 멋진 요리를 만든다는 것, 전문기술자로서 더없는 행복입니다.”그에게선 장사꾼 아닌 구도자의 내음이 물씬 풍긴다. 맛의 무지개를 찾아 끝없이 유랑하는….

라 깜빠냐
■ 장충동 소피텔앰배서더 맞은편에 자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 깜빠냐’. 포장마차 같은 입구가 왠지 의심스러워 바로 옆 한식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 손님이 더 많을 정도다. 겉 만큼 내부도 단출하다. 테이블 하나에 의자 네개, 주방과 홀을 구분하는 바처럼 된 테이블이 전부다. 손창범 셰프는 “앙증스럽고 분위기가 아늑하다며 좋아하는 손님이 있는 반, 첫인상에 실망하는 손님도 있습니다”고 말한다. 그는 실망했던 손님이 식사 후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만족스런 표정을 지을 때 행복하단다. 이를 위해 주방에서 그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진다.‘요리사는 맛으로 승부한다’는 의지가 피어오른다.
“요즘 인테리어 ‘끝내주는’ 식당이 어디 한 두 군데 인가요. 웬만큼 꾸며봐야 답이 안 나옵니다. 우리는 아기자기한 컨셉트에다 값도 싼 편은 아닙니다. 결국 답은 하나, 맛이 끝내줘야 한다는 얘기죠.” 손씨가 무엇보다 신경 쓰는 부분은 재료. 최상의 재료를 찾아 거의 매일 시장에 발품을 판다. 주방과 테이블이 가깝다보니 손님의 반응도 즉각 전해진다. 맛있다는 한 마디. 송씨에게 이만한 보약이 따로 없다. 이런 작은 보람이 가게를 계속 운영해가는 힘이다.이곳은 예약부터 주문·요리·서비스까지 모두 송씨의 몫이다. 예약은 필수다. 코스 요리는 2시간, 파스타는 1시간으로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다. 파스타는 정해진 메뉴가 있지만 코스는 계절별, 또는 그날 장 본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오늘 메뉴는? 눈을 뜨는 신새벽, 송씨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된다.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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