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잘생긴 와인 맛도 뛰어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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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개성 있는 와인은 맛도 남다르다. 프랑스 와인명가 오트 가문이 만드는 방돌 로제 와인은 별명이 ‘프로방스의 롤스로이스’이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양조장 앞에 이를 사려고 온 부호들의 롤스로이스가 줄을 서기 때문이다.

우아한 병 디자인과 묵직한 맛이 도멘 오트가 부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다. 겉은 연한 핑크색이지만 맛은 가볍지가 않다. 드라이하면서도 아로마가 강렬하다. 미끈한 자태에 한 번 놀라고, 로제 와인 같지 않은 깊은 맛에 다시 감탄하게 된다. 미국에선 할리우드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배우 앨릭 볼드윈 등이 오트 로제의 애호가로 유명하다.

때로는 외부 디자인이 맛과 상통하기도 한다. 최근 출시된 이탈리아 와인 간치나의 피닌파리나 시리즈 스푸만테(이탈리아산 거품 포도주)는 페라리 디자인만큼이나 버블이 화려하다. 향도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다. 입 안에 넣었을 땐 약간의 단맛이 감돌면서 과일 향이 풍성하게 느껴진다.

프랑스 와인 쟝쟝의 병은 구불구불한 포도나무를 연상케 한다. 오크통 숙성이나 블렌딩으로 맛을 포장하지 않고 포도의 원래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했다. 쟝쟝 카베르네 소비뇽은 잘 익은 자두 향이 인상적이다. 마신 뒤엔 알싸한 감칠맛이 남는다. 매운 한국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마실수록 단맛이 진해지고, 입 안을 조여주는 타닌이 부드러워진다. 드라이한 스타일을 원치 않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쟝쟝 샤르도네는 풍성한 열대 과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기분 전환에 제격이다. 유들유들한 모양의 병처럼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마실 수 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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