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수익률, 대기업 半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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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기업-중소기업, 수출-내수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는 불균형 구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연간 매출액 25억원 이상 3239개 제조업체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조사해 17일 내놓은 '2003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전체 제조업체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는 개선됐으나 기업 간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지난해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전년과 같은 4.7%로 29년 만의 최대치였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명암이 엇갈렸다. 대기업의 경상이익률은 5.4%에서 6%로 높아졌으나 중소기업은 3.4%에서 2.5%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는 2%포인트에서 3.5%포인트로 벌어졌다.

매출 대비 경상이익률이 20%를 웃돈 회사의 비중도 4.5%로 3년째 오름세였다. 반면 제조업체 다섯 곳 중 하나꼴(21.2%)로 지난해 경상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한은의 변기석 경제통계국장은 "일부 산업의 수출 호황으로 제조업 전체의 경영통계는 개선됐지만 내수 부진으로 업계 내 경영실적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재무구조도 부익부 빈익빈=전체 제조업체의 재무성적은 좋게 나타났다. 제조업계가 수년간 구조조정에 주력한 데다 투자를 꺼리면서 지난해 부채비율(123.4%)은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2002년의 미국(154.8%).일본(156.2%)보다 낮은 것이다.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를 얼마나 갚을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제조업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금융비용)도 367.1%로 전년보다 106.8%포인트나 뛰었다. 이 역시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양극화 현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중소기업(147.6%)의 부채비율이 대기업(113.5%)보다 훨씬 높았고 그 격차도 해마다 커지는 추세다. 수출기업(115.3%)과 내수기업(129.7%)의 부채비율 차이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가 우량한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의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부채비율 100% 이하인 곳의 비율(39.4%)과 400%를 초과해 사실상 자본잠식이 된 곳의 비율(16.4%)이 다 함께 높아진 것이다.

한편 제조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내수 부진의 여파로 전년 8.3%에서 6.1%로 둔화됐다. 또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고정비율(고정자산/자기자본)이 지난해 말 132.2%로 6년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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