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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영화"아름다운 비행" 주연으로 컴백안나파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3년전 개봉됐던 호주영화.피아노'(제인 캠피온 감독)에서 피아노 선율에 맞춰 춤추며 바닷가를 휘젓고 다니던 조금 뚱한 표정의 여자아이.당시 11세에 불과했던 뉴질랜드 아역배우 안나 파퀸은 이 영화에서 보여준 탁월한 감정조절 능력으로 이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쟁쟁한 성인여우들을 물리치고 최연소 여우조연상 수상자가 됐다.
3년만에.아름다운 비행'주연으로 돌아온 파퀸은 이제 앳된 티를 벗고 성숙한 틴에이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나이답지 않게우수어린 성찰을 담은 듯한 묘한 표정도 더욱 깊어져 있다..아름다운 비행'에서 파퀸은 고아거위 16마리의.엄 마'에이미다.
뉴질랜드에서 살던 에이미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자 캐나다의 낯선 아버지 집에 옮겨온 처지.어느날 늪에서 버려진 거위알 16개를 발견한 에이미는 알에서 부화한 거위들이 남쪽나라로 떠나야할 때까지 정성스런 엄마가 돼준다.
잠긴 수도꼭지처럼 감정이 정지된 듯한 파퀸의 표정에는.엄마잃은 소녀'의 강렬한 슬픔이 담겨있다.그러나 파퀸의 표정에는 슬픔은 그렇게 다가오는 것이고 세상은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는깨우침이 동반돼 있어 관객들의 눈물샘을 조용히 자극한다.
소녀가 직접 글라이더를 조종해 야성을 상실한 거위들을 남쪽나라로 데려간다는 다소 비현실적 설정이 걸림없이 다가오는 것도 파퀸의 차분한 연기 덕이다..아름다운 비행'을.올겨울 최고의 가족영화'로 손꼽은 뉴스위크지는“목석이라도 파퀸의 진지한 연기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칭찬했다.82년 뉴질랜드의 수도웰링턴에서 태어난 파퀸은 9세때 5천대1의 경쟁을 뚫고 영화배우 공모에 당선돼 일찌감치 스타덤을 예고한 재목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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