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초기엔 열감기와 비슷한 가와사키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가와사키병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열병이다. 주로 5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발생하며 국내에서만 해마다 3000여명의 어린이가 이 병을 앓는다. 가와사키병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열감기라고 생각하다 뒤늦게 심장에 심각한 합병증을 얻는다는 점. 실제 이 병의 합병증이 원인이 돼 발생한 심장병은 현재 국내 영.유아 후천성 심장병 중 가장 흔한 것이다.

◇늘어나는 가와사키병=지난 9일 인제대 의대 소아과 박용원 교수는 제2회 가와사키병 심포지엄에서 이 질환이 미미하지만 증가일로에 있다고 보고해 주목을 끌었다. 영.유아 인구 10만명당 2000년 73.7명(2681명), 2001년 90.8명(3229명), 2002년 95.5명(3240명)으로 111.7명인 일본에 이어 발병률 세계 2위라는 것.

그렇다면 가와사키병의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틀간 고열과 기침.콧물로 동네병원을 찾았던 H군(4). 열감기로 진단을 받고 며칠간 감기치료를 받으면서 차츰 열은 떨어졌지만 입술이 빨개지고 몸에 발진이 돋는 데다 눈까지 충혈됐다. H군의 어머니는 이런 증상이 '이번 감기의 특징인가'라며 지나쳤다.

하지만 열이 난 지 열흘 쯤 지나면서 손끝에 피부가 벗겨지는 것을 발견하고 다니던 병원을 다시 찾았다. 담당의사는 단순 감기가 아니라며 큰 병원 소아과로 보냈고 마침내 심장혈관 초음파 검사를 했다. H군은 이미 지름이 0.8㎜나 되는 꽈리모양의 동맥류가 양쪽 혈관에 생겨 있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을=가와사키병은 환자의 85%가 5세 이하에 발병한다. 열이 5일 이상 나면서 기침.콧물 등 감기 증상과 더불어 손.발이 붓고 홍반, 눈의 충혈, 딸기 모양의 혀, 입안의 발적, 관절염, 피부 발진, 목의 림프절 부종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열흘쯤 지나면 손.발끝 피부가 벗겨지는 것도 특징적인 현상이다. 원인은 열을 내는 감염병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합병증은 H군처럼 발병 1~2주 때 나타나기 시작해 8주 때까지 커지는 심장혈관의 동맥류 발생. 서울대병원 소아과 윤용수 교수는 "동맥류 발생 빈도는 급성기에 25~30%에 이르며 이후 차츰 줄어 10~20%의 환자에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동맥류가 터지면 즉사할 수 있다.

◇동맥류 막는 게 최선=가와사키병의 치료는 동맥류 발생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로선 병의 초기에 대량의 감마 글로불린 주사를 맞히는 게 최선책이다. 주사를 맞으면 24시간 이내에 열이 내리면서 모든 증상이 현저히 가라앉을 뿐 아니라 동맥류 발생도 상당히 예방할 수 있다.

일단 심장혈관에 동맥류가 생긴 환자는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검사와 함께 아스피린 치료를 통해 혈관 이상이 호전되는지 살펴야 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