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과학>나비 날개밑 부력으로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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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나비의 비행은 사실 지금까지 항공공학 전문가들에게조차.부러움'과 신비의 대상이었다.꼬리에 강력한 터보제트가 달린 것도 아니고,새처럼 날개근육이 발달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늘을 자유로이 날 수 있는 것일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자인 찰스 엘링턴은 네이처지 19일자에 나비 비행의 신비를 밝힌 논문을 처음 게재했다.
결론은 한마디로 나비가 보통 항공기의 비행원리와는 전혀 딴판의 메커니즘으로 난다는 것.
엘링턴박사가 주장한 나비 비행의 원리는.공기기둥'형성설.나비의 날개짓이 양 날개 바로 아래에 실린더같은 공기기둥을 만들어냄으로써 부력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통 항공기는 주로 날개위에 형성되는 와류(渦流)효과로 날개위쪽의 공기속도가 아래쪽보다 더 빨라 날개 윗부분의 기압이 낮아져 날게된다.
그는“나비나 비행기나 부력을 얻어 나는 것은 똑같지만 나비는날개 아래쪽에서 부력을 얻는 것이 비행기와 다르다”고 말했다.
곤충의 비행만 25년동안 연구해온 엘링턴박사가.공기기둥'비행설을 입증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은 박각시나방류의 매나방.10㎝ 남짓의 날개를 가진 이 나방은 마치.슬로 모션'처럼 천천히날개짓을 하는 까닭에 움직임을 분석하기가 쉬웠다 는 것이다.
그는 이어 크기 1짜리 모형 매나방을 제작,컴퓨터로 날개짓을재현하며 연기를 흘려본 결과 예상대로 모형 나방의 날개밑에 공기기둥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듀크대 스티븐 보겔박사는“이번 연구가 나방.나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곤충 비행을 설명해줄 수 있는 대단한 실험”이라며“곤충들이 어떻게 바람을 헤치며 비행하는지를 설명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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