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TO가입 미국과 힘겨루기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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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또 한해를 넘기고 있다.이문제는 WTO의 전신인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때부터 따지면 무려 10년을 끌어왔다.중국의 WTO가입은 중국이 가진 비중에서 볼 때 세계경제의 자유화에 중 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하지만 실무자 수준에서 해결키 힘든 숱한 현안과 미.중 양국의 팽팽한.힘겨루기'로 아직껏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입에 앞서 선결돼야할 주요 쟁점으로는 중국에 대한▶시장접근▶선택적인 세이프가드(긴급수입 제한)▶발전도상국의 지위▶최혜국(MFN)대우 등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우선 시장접근 문제와 관련,서방측은 중국의 관세인하및 수입수량 제한등 비관세장벽의 철폐계획이 불충분하다고 평가한다.덤핑을걱정하는 국가들에 일정기간 중국산 제품을 차별취급할 수 있도록하는 선택적인 세이프가드에 대해서도 발동요건과 관련한 조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또한 중국은 섬유등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 호락호락 개도국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려 하지 않고있다.이밖에 최혜국대우와 관련,중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여에 미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점도 협상타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 지도부는 10년간에 걸친 가입노력이 별 진전이 없자“더 이상 가입여부에 관심이 없다”는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있다.심지어“중국(의 가입)을 욕심내는 것은 WTO측”(龍永圖대외 무역경제협력부 차관보)이라며 안 그래도 중 국의 시장개방의지를 의심하고 있는 서방측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뻣뻣한 태도도 중국과의 교섭의욕을 약화시키는 요인중 하나다.인권문제와 무역을 연계시키는 잭슨.바니크법에 따라 설사중국이 WTO에 가입한다고 해도 항구적인 최혜국대우를 해줄 수없다는 미국의 방침은 중국의 조기 가입의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처럼 중국과 서방측을 가로막고 있는 상호불신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현재 일본이 중재자로 적극 나서고 있다.일본은 지난 10월 국제세미나를 열어 중국의 WTO 가입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미국측의 태도 수정을 요청하는등 활발■ 움직 임을 보이고 있다.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가 직접 나서 각국 정상들에게“중국의 WTO 조기가입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내심 중국의 소극적인 시장개방자세에 실망감을감추지 않고 있다.마지막으로 지난달 아태 경제협체(APEC) 정상회의 기간중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었지만 양국은팽팽히 맞섰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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