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무료접종 백신 괸리허술로 효과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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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정부의 예방 접종약 유통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본지 기자의 추적취재 결과 전국 보건소에서 영.유아에게 무료로 접종하는 홍역.B형간염 백신등을 운반하는 차량의 자동 온도조절장치가 고장나거나 아예 꺼놓은채 운행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부분 보건소들이 백신 운반도중 온도 측정조 차 제대로 하지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전문가들은 적정온도(영상 2~8도)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예방접종을 해도 병에 걸릴 수 있다고경고하고 있다.
◇실태.문제점=보건복지부는 20일 서울 국립보건원에서 6개 제약회사로부터 홍역.볼거리.풍진(MMR)과 B형간염.경구용 소아마비.디프테리아및 파상풍혼합 백신을 납품받아 전국 보건소에 나눠줬다.
이날 L화학.B신약등 일부 제약회사 냉장차량들은 자동 온도조절장치가 꺼져 있거나 고장난 상태였다.이 때문에 영하상태인 L화학 운반차량에 들어있던 백신은 얼었을 가능성이 높아 복지부의냉장유통 지침을 어긴채 운반됐다.또 영.호남 지 역 보건소에 접종약을 운반하는 일부 냉장차량은 온도조절 장치가 수동인데다 온도계가 운전석 뒤 외부에 달려있어 냉장차 내부 온도를 알아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서울 K구청 보건소의 경우 전담 직원 없이 운전기사 혼자 예방약을 받은 뒤 아이스박스에 예방약과 아이스팩을 채워넣었으나 온도측정조차 하지 않고 보건소로 떠났다.더구나 서울등 수도권 지역 대부분 보건소는 전담 직원이 운반도중 적정온 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온도계조차 비치하지 않고 있었다.
연세대의대 손영모(孫英模.임상의학)교수는“생물학 제제인 백신은 적정온도가 아니면 효능이 떨어져 기대했던 접종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며 냉장 유통지침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책=백신 전문가들은 냉장 유통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은 납품 제약사와 보건소 직원.운전기사등 유통과정 관계자 모두가 백신의 중요성을 간과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했다.이들은 장비교체등 예산문제는 그 후의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 다.또 현행유통체계에 대한 지침이 명확.철저하지 못한데다 관계자들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복지부 김문식(金文湜)보건국장은“유통체계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고치기 위해 완벽한 세부지침을 만들고 현장 확인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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