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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차이나] 시진핑과 오바마, 연설문으로 살펴본 미·중 차기 지도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버락 오바마(47)가 미국 4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17차 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ㆍ55)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서열 6위에 오르며 중국 5세대 최고 지도자 자리를 예약했다.

21세기 초강대국 미국號와 중국號를 이끌어 갈 차기 선장이 확정된 것이다. 오바마가 2012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2013년부터 오바마와 시진핑은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여 함께 지구촌을 이끌어 갈 것이다. 그때까지 오바마는 집권 2기를 맞은 후진타오를 상대해야 한다.

오바마는 잃어버린 ‘미국의 약속’을 21세기에도 살아있게 하겠다는 취지의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로 전세계인들을 사로잡았다.
전세계 매스컴을 탄 시진핑의 연설은 아직 없다. 지난 99년 당시 후진타오 국가부주석은 미 공군기에 의한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 사건 당시 CC-TV를 통해 전국적인 연설을 한 바 있었다.
시진핑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인민일보에 게재된 연설문은 올 3월 중앙당교 춘계 개학식 연설(講話)이다. 이 두 연설문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차세대 최고 지도자의 특징을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현재를 비교해 봤다.

3월2일자 인민일보 1면 오른쪽 중단에는 ‘시진핑, 중앙당교(黨敎) 춘계 개학식에서 강조 / 새로운 출발점에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를 견지 발전시키며 /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의 광범한 발전 전망을 힘써 개척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1600여 자의 기사에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무려 21번이나 나온다. 연설의 요지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가 마르크스주의가 개혁개방 이후 중국적 실상에 맞도록 새롭게 창조된 것이므로, 이를 견지하여 중국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인류 보편적인 희망과 비전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에게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 체계로 무장하여 ‘중국적’ 특성을 견지할 것을 끊임없이 세뇌시킨 것이다. 그것도 매우 무미건조한 단어의 연속으로...

이에 비해 오바마의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은 ‘미국의 정신', ‘미국의 약속’ 즉 아메리칸 드림이 핵심이다. 미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인류 보편적인 희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약속'이란 미국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물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미국의 전매 특허일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기계적인 이념 무장을 이야기할 때 미국의 대선 후보는 보편적인 가치를 이야기 한 것이다. 물론 연설의 상대와 목적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있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국의 최고 지도자에 오를 인물이 일반 국민에게 희망을 이야기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여하튼 아래에 정리한 두 연설의 핵심인 '중국특성'과 '미국의 약속' 어느쪽이 글로벌 패권을 쥔 지도자의 멘트로 적합할까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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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앙당교(黨敎) 춘계 개학식 연설 인민일보 기사
2008.3.2 인민일보 1면

중공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당교 교장 시진핑은 지난 3월 1일 중앙당교 춘계 개학식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이론 체계가 다음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오늘날 세계와 중국의 발전 변화가 당과 국가 공작에 끼친 새로운 요구를 집중 체현했으며, 전체 당과 전국 각 민족의 의지를 집중 체현했으며,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실천특색, 민족특색, 시대특색을 집중 체현한 것은 우리 당이 힘을 다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개척하며 나아가며 진리를 탐색하고 규율을 파악하여 지킨 결과다.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를 견지 발전시키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광범한 발전 전망을 힘써 개척하는 것은 당대 중국공산당원의 엄숙한 책임입니다.

중공중앙정치국위원,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조직부 부장 리위안차오,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기율위원회 부서기 허룽,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판공청주임 링지화가 이날 개학식에 참석했다.

시진핑은 공산당의 17대 정신을 깊이 탐구 학습할 것을 주제로 다섯가지 방면에서 중국특색 사회주의 이론체계의 학습 체득과 인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째,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는 개혁개방의 역사적 신시기에 우리 당이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를 추진하여 얻은 이론 창신의 성과다.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길을 따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할 유일하고 정확한 이론인 것이다.

둘째,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는 삼대 기본문제를 탐색하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내용, 심각한 사상, 과학적인 시스템이라는 삼대 규율의 인식을 전개, 심화, 풍부하게 한다.

셋째,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는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과 같이 일맥상통하며 시대에 따라 진보하는 새로운 사상으로, 그 관점을 계승하고 마르크스주의를 풍부하게 발전시켰다.

넷째, 새로운 역사적 시점에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를 견지 발전시키는 것은 반드시 과학발전관의 실현을 관철하고, 사상해방을 계속하며,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초급단계의 기본 국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혁 창신의 정신으로 전면적인 당의 건설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의 학습과 연구를 힘써 추진하여 전당의 마르크스주의의 이론 수준을 한걸음 더 제고해야 한다.

시진핑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는 평화와 발전을 시대의 주제로 하는 역사적 조건 아래에서 우리나라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위대한 실천 가운데 우리나라 사회주의 건설의 정과 반 두 방향에서의 역사 경험과 개혁개방이래의 새로운 경험, 더불어 기타 사회주의 국가의 흥망성쇠 경험의 교훈이라는 기초 위에서 점진적으로 형성 발전되어 온 것이다. 이 이론체계는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사상노선, 발전경로, 발전단계, 발전전략, 근본임무, 발전동력, 의존역량, 국제전략, 영도역량, 근본목적 등의 문제에서 하나의 독창적인 중대한 이론 관점을 형성하여 중국과 같은 13억 인구의 발전 과정에 있는 대국을 어떻게 빈곤에서 탈피하여 빠른 속도로 현대화를 실현하고 사회주의를 어떻게 공고히 발전시킬 것인가하는 문제에 체계적인 답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가 완전히 정확하고 중국을 부단히 발전 진보시킬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그것이 마르크스주의의 교조적 이해에서 벗어나 있으며, 사회주의 기본제도가 방기한 잘못된 주장을 버렸으며, 과학사회주의 기본원칙을 견지하고 분명한 시대적 특징과 중국적 특색을 갖추었으며, 선대를 계승하고 내용을 창신하고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경제를 개척했으며, 중국 대지에 깊이 뿌리내려 중국에 부합하는 실제적인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가 신시기 이래 우리 당이 계속 추진한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위대한 역사적인 창조이며, 실천상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을 열었으며, 이론상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를 형성했으며, 정치상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었음을 지적했다.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의 지도 아래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의 위대한 실천을 견지해야 하며 위대한 실천 가운데 부단히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체계를 풍부하게 발전시켜야 한다.

시진핑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이론 체계는 우리 당의 가장 보귀한 정치와 정신의 재산이며, 전국 각 민족 인민이 단결하여 투쟁할 공동 사상의 기초임을 강조했다. 광대한 당원, 간부는 이 이론체계가 지도하는 객관적인 세계와 주관적인 세계를 개조해야 함을 자각하여, 과학이론을 운용하여 실제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시진핑은 전체 당교 학생과 직원이 소중한 학습 기회를 충만한 열정을 학습에 쏟아 진정으로 앉아 움직이지 말고, 깊이 파고 들며, 잘 배우고, 많이 얻어, 학습 갈망을 모두 채워 풍성한 성과를 갖고 돌아가야 한다.

중앙당교 상무부교장 이징톈이 개학식 사회를 보았다. 중앙의 관련 부문 책임자 및 중앙당교 책임자 및 2008년 춘계 전체 학생, 당교 교직원 모두 1800여명이 개학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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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문 요지
중앙SUNDAY 2008.8.31일자에서 발췌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약속”

1963년 8월 28일 검은 얼굴의 목사가 세상을 향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고 외쳤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명연설을 남긴 지 꼭 45년 만에 검은 얼굴의 대통령 후보가 새로운 꿈과 미래를 약속했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28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했다. 미국 첫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블랙 케네디’에게 8만4000여 청중은 열광했다. <편집자>

4년 전, 여러분 앞에 서서 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케냐에서 온 청년과 캔자스에서 온 젊은 여성, 이들은 부유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았지만 두 사람이 낳은 아들은 미국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 나라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그러한 약속입니다. 지난 232년 동안 이러한 약속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학생·군인·농부·교사·간호사·청소원 등 평범한 남녀가 이 약속을 지켜나가기 위해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약속이 또 한번 위협받고 있습니다. 더 많은 이가 일자리를 잃고, 노동량은 느는데 보수는 줄어듭니다. 집값이 폭락하고 차 유지비와 신용카드 비용, 학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갑니다.

이 모든 상황이 전부 정부 탓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대응에 실패한 것은 워싱턴 정치가 엉망이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잘못된 정책을 폈기 때문입니다. 이 위대한 땅에 있는 민주당 지지자 여러분, 공화당 지지자 여러분, 무소속 여러분-그만하면 충분합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선거가 21세기에도 미국의 약속을 살려나갈 수 있는 기회입니다. 앞으로 4년이, 지난 8년처럼 되도록 내버려두기엔 이 나라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11월 4일, 일어나서 말해야 합니다.

“8년이면 충분하다”고.

워싱턴에서는 여러분이 알아서 하라고 말합니다. 실직? 운이 없군요. 의료보험이 없어요? 시장이 해결해 주겠죠.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고요? 혼자 힘으로 일어서시죠. 워싱턴에게 실패를 책임지라고 합시다. 우리가 미국을 변화시킬 때입니다. 민주당이 성장을 평가하는 잣대는 다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주택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직장을 가지고 있는지, 매달 조금씩 저축해서 자녀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는지를 봅니다. 억만장자의 숫자가 아니라 웨이트리스가 아픈 아이를 돌보기 위해 하루 쉬어도 일자리를 잃을 걱정이 없는지를 봅니다. 우리가 국가 경제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이 나라를 위대하게 만든 그 약속에 부응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젊은 용사들의 얼굴에서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봅니다. 진주만 공습 이후 패튼 군단에 지원해 이 위대한 국가의 제대군인 지원법 혜택으로 대학에 가셨죠. 야간 교대 근무를 불과 세 시간 앞두고 잠이 든 학생의 얼굴에서 나는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일을 하시면서 나와 여동생을 기르고 학위를 따셨지요. 식량 보조를 받으면서도 학생 대출과 장학금 덕분에 우리 남매는 이 나라에서 제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나의 영웅입니다. 그들을 위해 나는 이번 선거를 이기고 미합중국 대통령으로서 우리의 약속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 약속은 무엇일까요. 우리 모두에겐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자유와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약속입니다. 정부가 우리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순 없지만 우리가 스스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해줘야 한다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모든 어린이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장난감의 안전을 보장하고, 새로운 학교와 도로와 과학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약속입니다. 이것이 미국의 약속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입니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정확하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말하겠습니다.

미국의 노동자와 영세사업자들을 위한 세금 법안을 만들겠습니다. 전체 노동자 가정 95%의 세금을 감면하겠습니다. 중동의 석유에 의존하는 것을 10년 안에 끝내겠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끝내고 알 카에다, 탈레반과의 싸움을 끝낼 겁니다.

우리 조국은 세계 제1의 부국이지만 우리가 윤택한 것은 재력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 조국엔 세계 최강의 군대가 있지만 우리가 강한 것은 군대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의 대학과 문화는 세계의 부러움을 사지만 세계가 이곳으로 몰려오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미국의 정신, 미국의 약속 때문입니다. 내가 딸에게, 여러분이 자식들에게 하는 약속입니다. 이민자들이 대양을 건너게 한 약속, 개척자들이 서부로 떠나게 한 약속입니다. 45년 전 오늘 한 목회자가 말하는 꿈을 미국 전역에서 찾아와 듣게 만든 그 약속입니다. 그는 “우리는 하나”라고, “우리는 홀로 걸을 수 없습니다” “언제나 앞으로 행진하겠다고 맹세해야 합니다. 우리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라고 외쳤습니다.

미국 국민 여러분, 우리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가르쳐야 할 아이가 너무 많습니다. 경제를 살려내고 도시를 재건해야 합니다. 미국 국민 여러분, 우리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홀로 걸을 수 없습니다. 바로 지금, 이 선거에서 우리는 미래로 행진하겠다는 맹세를 다시 한번 해야 합니다. 우리가 약속을, 미국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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