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존 윌리엄스의 '스크린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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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영화.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기억하는가.도회의 구부정한 뒷모습을 날카롭게 해부해 보였던 그 영화.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그 기나긴 영화를 버팀목처럼 괴어주었던 것은 다름아닌 배경음악이었다.엔니오 모리코네의 그 출중한 영화음악은 때로는 배회하는 영혼처럼 다가오거나 때로는 달디단 춤곡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나의 어린 시절,영화에 대한 기억은 매주 토요일 아침에 방영되던 만화영화로거슬러 올라간다….”이렇게 시작되는 그의 영화음악 변(辯)은 모리코네의 음악이 이 레코딩에 대한 직접적 자극 이 됐음을 고백하고 있다.전체 18개의 트랙중 3개가 모리코네의 작품.나머지는 영화.로빈 후드'.사랑과 영혼'.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바그다드 카페'심지어.일 포스티노'에 이르기까지 갓 구워낸 빵처럼 신선한 영화음악들로 채 워지고 있다.바로 이 점이 주목거리다.켜켜이 쌓인.명화극장'스타일의 옛 영화음악이 권태롭게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이 음반에 반가움을 느낄 것이다.한가지 더 보태자면 전반적으로 퍽 세심하게 편곡된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윌리엄스 자신이 한때 선구적인.크로스오버 그룹'스카이의 일원이었던 까닭에 대중음악에 대한 독보 능력이 만만찮았을 것이다.그저 멜로디 라인만을 쫓는 연주가 흔한 요즘 이만한 편곡과 연주를 듣기란 쉽지 않다.사족으로 붙이자면 여기서 윌리엄스와 보스턴팝 스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존 윌리엄스를 혼동하지 말기를. 누구나 한번쯤 영화 속의 생(生)을 닮고 싶어한다.속절없이 저물어가는 한해를 지켜보는 요즘,1년동안 난 뭘했지 하는영탄조의 자문자답이 잦아지는 계절에 마음을 비우고 들을만한 크로스오버.바로 존 윌리엄스다.이 음반에는 .베스트 오 브 존 윌리엄스'식의 보너스 CD가 덤으로 따라붙는다.경제적인 포만감도 넉넉한 베스트 음반이다.
〈음반평론가〉 ▶.서동진의 크로스오버 여행'은 이번 호로 마칩니다.그동안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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