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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넘어 정보화 네티즌만 2억5300만 명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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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20면

1.개혁·개방 초기에 노점상을 하는 노인이 길가에서 담배를 물고 서 있다.

개혁·개방 30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중국 경제는 연 9.8%의 성장률로 뜀박질했다. 전 세계 평균(3%)보다 세 배 이상 빨랐다. 중국은 세계 4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13억 인구는 이제 삶의 질을 추구한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미국도 ‘거대 중국’의 눈치를 살피는 시대가 됐다.

30년간 경제성장률 연 9.8%, 세계 4대 경제대국으로

1978년 12월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 노선을 결의했을 때 전 세계는 긴가민가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극좌 노선을 생생히 기억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라는 닉네임답게 새 시대를 치밀하게 이끌어갔다. 유물론자에게 총설계사는 신(神)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덩의 꿈은 경제발전과 조국통일이었다. 개혁·개방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는 80년대 말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소련과 동구권의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천안문 사태로 민주화 요구가 용암처럼 분출됐다. 그러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위대에 동조하던 자신의 후계자 자오쯔양(趙紫陽)을 잘라내고 장쩌민(江澤民)이라는 테크노크라트를 발탁했다. 보수파의 반발이 강해지자 92년엔 88세의 노구를 이끌고 남순강화(南巡講話)에 나섰다.

가는 곳마다 “개혁·개방 노선을 100년간 고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덩은 장쩌민 시대 이후를 겨냥해 후진타오(胡錦濤)를 차기 지도자로 미리 정해 놓는 심모원려까지 발휘했다. 덩이 사망한 지 11년이 됐지만 중국과 대만·홍콩·마카오는 그가 그려 놓은 청사진대로 움직이고 있다.위대한 지도자는 위대한 시대를 낳는다. 덩샤오핑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없었다면 중국의 도약을 상상할 수 있을까. 마오쩌둥이 구(舊)체제의 파괴자였다면 덩샤오핑은 ‘계획+시장’의 신체제를 건설했다. 두 지도자의 성과는 각종 수치로 뚜렷하게 대비된다.

2. 70년대 후반 윈난성의 한 농촌에서 음력 설잔치를 하고 있다. 3. 상하이의 젊은이들이 인터넷 카페에서 온라인 축구게임을 즐기고 있다. 4. 베이징의 월마트 매장에서 쇼핑객들이 물건값을 계산하고 있다.

마오쩌둥 시대(53~78년) 25년간 성장률은 연 6.1%였다. 78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3645억 위안. 미국 경제규모의 6.5%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런 수치들은 계획경제의 목표량을 채우느라 억지로 짜맞춘 것이다. 흉년과 홍수가 들면 식량이 부족해 아사자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오죽하면 70년대 초 “쌀이 필요하면 완리(萬里·덩샤오핑 시대의 8대 원로)를 찾고 식량이 부족하면 자오쯔양을 찾으라”는 말이 유행했을까. 권력을 쥔 당·정·군 간부들의 탐욕과 횡포 때문에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지식인 사회는 폭력과 공포에 짓눌려 말살되다시피 했다. 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에서 노(老)교수가 마오쩌둥 사진이 인쇄된 신문을 깔고 앉았다가 홍위병에게 끌려가 죽도록 얻어맞던 시절이었다.

개혁·개방의 성과는 정보화 분야에서 잘 드러난다. 인터넷 보급률은 19.1%로 전 세계 평균(21.1%)보다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인터넷 인구는 2억5300만 명에 이르러 규모 면에서 미국을 제쳤다. 78년 유선전화 보급 대수는 214만 회선이었다. 지금은 이동전화 가입자만 6억 명을 돌파했다. 중국은 산업화에 이어 정보화 혁명의 거인(巨人)으로 부상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도시 주민 의료보험을 개혁하기 시작했다. 경제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의료서비스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서민들은 “진찰도 입원도 수술도 어렵다”는 이른바 ‘3난(難)’의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마오쩌둥 시대가 남겨 놓은 상처 중 하나였다. 그뿐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도농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농민 1인당 순소득(지난해 4140위안)을 2020년까지 두 배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후진타오 체제의 ‘조화 사회’ 이념을 반영한 정책들이다. 중국은 이제 소외계층과 낙후 분야를 챙기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이 보완해야 할 분야도 적지 않다. 특히 공산당 일당독재 아래 민주주의·인권을 경시한다는 서구 사회의 비판은 끊이지 않는다. 중국 지식인은 반박 논리를 찾느라 핏대를 올린다. 일부 전문가는 “민주주의는 소모적이며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펼친다. 중국 정가에서 ‘다당제’와 ‘직선제’는 태풍의 눈이다. 개혁·개방 30년을 계기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이어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전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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