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첫 숙제는 “미국 자동차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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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것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30% 이상 줄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가 문을 닫으면 무려 3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오토모티브 리서치센터’는 추산했다. 이는 일자리 만들기에 특히 신경을 쓰는 오바마 진영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미국에서는 2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률이 6.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오바마 당선인과 민주당은 자동차 회사에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포함한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6일(현지시간) 릭 왜고너 GM 최고경영자(CEO) 등 빅3의 CEO를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 산업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들은 하원이 이미 승인한 250억 달러 지원 외에 추가로 250억 달러를 요청했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추가 250억 달러를 단기 대출의 형태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직접 자동차 회사의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는 대선 당시 “당선되면 자동차 노사 지도부와 즉각 만나겠다. 최고 500억 달러를 정부가 지원토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오바마 진영이 지원을 서두르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상황이 다급하기 때문이다. GM은 2분기 36억 달러 적자에 이어 3분기에도 3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냈다. 10월 미국 내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나 줄었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도 30% 이상 매출이 줄었다. 25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GM의 북미 담당 사장인 트로이 클라크는 “100일 안에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GM이 크라이슬러를 합병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정부 지원을 받아 내년까지 생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회사를 돕기 위해 한국·일본 등의 경쟁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는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파는 한국이 미국차를 수천 대만 수입하는 것은 자유무역이 아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시사한 바 있다. 전체 수출의 30%를 미국으로 보내는 한국 자동차 회사는 비상이 걸렸다. 일본 도요타도 엔고와 수입규제 강화로 올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7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7일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도요타 쇼크’로 3% 이상 떨어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다른 나라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외제차가 많이 늘어났지만 대부분 일본·유럽차”라며 “미국차가 한국에 못 들어온다면 제품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지를 먼저 검토하는 게 올바르다”고 지적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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