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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고아원 살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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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설.올리버 트위스트'의 주인공 올리버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학대를 견디다 못한 올리버는 고아원을 탈출,런던으로 갔다가 범죄단에 붙잡혀 소매치기생활을 하다 체포되지만 한 독지가를 만나구출된다.
19세기 영국은 자본주의가 꽃피던 시기였다.하지만 그 이면(裏面)엔 빈곤과 노동착취라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어린이들도 열악한 노동조건속에서 혹사당했다.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했던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올리버 트위스트'를 썼다.소설속엔 고아원 아이들의 비참한 생활이 잘 그려져 있다.
서양에서 근대적 의미의 고아원은 1767년 프랑스에 세워진 유아원에서 비롯한다.영국에선 사회주의자 로버트 오웬이 1816년 설립한.성격형성원'이 처음이다.사회사업가 토머스 바나도가 유명한.바나도 홈'을 세운 것은 훨씬 뒤인 187 0년이다.
우리나라 고아원의 출발은 1888년 서울명동 천주교회에서 프랑스인 신부가 고아원을 설립하면서부터다.식민지시절 총독부는 제생원(濟生院)이란 고아수용시설을 세웠다.해방후 혼란속에서 빈곤아동들이 대량 발생하자 미군정은 미국인 전문가들을 투입,고아보호사업을 벌였다.그후 한국전쟁이 발생,전쟁고아문제는 국가적 중요과제의 하나가 됐다.휴전무렵 고아원에 수용된 숫자만 약5만4천명이었으며,그밖에도 수많은 고아들이 거리를 배회했다.
70년대 이후 고아의 유형은 주로 부랑아.기아(棄兒).미아(迷兒)로 바뀌었다.도시빈곤.성 문란.인명경시가 주요인이다.최근들어 두드러진 현상은 이혼으로 가정이 깨어지면서 부모가 자녀부양을 기피해 발생하는 고아문제다.지난해말 발표된 보건사회연구원조사에 따르면 전국 고아원에 수용된 아동의 74.2%가 부모 또는 어느 한쪽이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아원에 가기 싫어 죽은 아버지와 열흘이나 함께 지낸 어린이얘기에서 알 수 있듯 우리사회에서 고아원은 아직도.무서운 곳'이다.또 고아원 아이들,고아원 출신에 대한 사회적 냉대도 여전하다.현재 전국엔 2백17개 고아원이 있지만 대부 분 영세성을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사회의 그늘진 구석인 고아원실태를 다시점검하는 한편 고아 입양.결연사업도 보다 내실있게 추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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