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문 융합해 글로벌 대학 만들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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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람도 학문도 섞여야 부가가치가 나옵니다. 벽을 없애면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고요.”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 아시아태평양대학(APU)의 몬테 카셈(61·사진) 총장은 글로벌 대학의 성공 동력으로 ‘융합’을 강조했다. 오이타(大分)현 벳푸(別府)시에 있는 APU는 2000년 교토(京都)의 사립 명문 리쓰메이칸 대학이 오이타현과 벳푸시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국제화 대학이다. 스리랑카 출신인 카셈 총장은 한국사무소 설립 10주년을 맞아 방한했다.

-APU의 국제화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아시아 태평양학, 아시아 태평양 매니지먼트학 등 2개 전공에 학부·대학원 과정을 두고 있다. 설립 때부터 정원의 반을 외국 학생으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재 재학생 5604명의 41%가 88개국에서 유학온 외국 학생이다. 한국 학생이 중국 다음으로 많은 661명이다. 나를 포함해 교원의 42%도 외국 출신이다.”

-외국 학생을 많이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외국 학생을 모집할 때 에이전트(유학원)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인도네시아·중국(상하이)·대만에는 직영 사무소, 태국·스리랑크·인도에는 대리인을 두고 있다. 그 밖의 나라는 입학 담당 직원들이 발로 뛴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교육 상황과 문화를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파악해 축적할 수 있었다.”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나.

“영어 수업과 일어 수업이 반반이다. 2학년 때까지는 자신이 선택한 언어로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3학년 때부터 다른 언어로 하는 수업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한국어·중국어 등 제 2외국어도 필수다. 덕분에 졸업 무렵엔 학생 대부분이 2개 이상의 언어·문화에 능통한 ‘세계인’이 된다.”

-여러 나라 출신 학생들이 함께 지내다 보면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도 생길 텐데.

“교실 안팎에서 학생들이 함께 섞일 수 있도록 학교가 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클럽 활동과 기숙사 생활이 중요하다. 7월에 한국 주간 행사가 있었는데, 한국 학생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여러 나라 학생들이 다양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기숙사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 20명이 부엌 하나를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일상 속에서 다문화 체험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음식을 나누다 보면 문화를 나누게 된다.”

-왜 융합이 중요한가?

“자연계에는 벽이 존재하지 않는데 인간과 학문 사이에만 벽이 있다. 벽을 넘어서지 않으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한다.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는 화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2002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우리는 인적 융합에 이어 2006년부터 학문의 융합을 시작했다. 2개 전공을 아우르는 5개 ‘크로스오버 어드밴스트 프로그램(CAP)’이 그것이다.”

-취업률은 어떤가.

“희망자의 96%가 직장을 구했다. 일본 최고 수준이다. 국제화 덕이 크지만, 학교 측도 취업 지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외국 학생들에게 많은 신경을 쓴다. 입학 업무에 20명, 취업 지도에 20명을 투입한다. 학교 규모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인원이다. 1학년 때엔 장래를 고민하도록 유도하고, 졸업 직전엔 기업 접촉 방법을 지도한다. 개교 초기엔 학교가 기업에 설명회를 부탁했지만, 졸업생들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이젠 기업이 스스로 찾아온다. 참가 기업 수가 4년 전 100개에서 지난해 380개로 늘었다. 올해는 400개 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지역 사회와 어떤 협력을 하나.

“초기에는 학생들이 지역 축제에 참여하고, 주민들이 학교에서 외국 문화를 체험하는 수준이었다. 이제는 연구·개발을 통한 지역 사회 공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시작한 ‘기후 변화가 와인 맛에 미치는 영향 연구’가 대표적이다. 학교가 있는 오이타현이 유명 와인 산지이기 때문이다. 온천 관광지인 벳푸시의 호텔 경영자들을 위해 한 달 단위로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기도 했다.”

글=김한별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몬테 카셈 총장=일본 도쿄대학에 유학와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부터 리쓰메이칸 학원 부총장 겸 APU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영어와 일본어가 유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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