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본내년세계경제>3.일본-금융.재정 개혁폭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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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11월 미국정부는 11년간의 불법 채권거래로 11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다이와(大和)은행에 대해 미국내 영업중단을 명령했다.올 상반기까지 일본경제는 세계적인 조롱거리였다.주택금융전문회사의 불량채권 해결을 위해 1조3천억엔(9 조7천억원)의 국민세금을 투입했고(1월),스미토모(住友)상사는 동(銅)부정거래로 24억달러의 기록적인 손실을 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6월). 올해 11월 일본 대장성은 부실채권이 자산을 초과한 한와(阪和)은행에 전후(戰後) 처음으로 업무정지명령을 내렸다.
일본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는 단면인 것이다.
지표상으로 일본경제는 무리 없이 흘러 가고 있다.실질성장률과물가는 3년 연속 선진국치고는 괜찮은 수치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그림참조).내년에는 소비세율 2%포인트 인상이라는 복병이 있지만 물가상승과 소폭의 경기후퇴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전망이다.오히려 일본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내부의 구조문제다.경제기획청은“2025년의 고령화사회 도래와 고비용.저효율구조에 따른 기업의 해외탈출은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라고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제2기 하시모토(橋本) 내각이 발족한이후 두 달 동안 일본은 개혁열풍에 휩싸여 있다.각종 심의회는▶일본판 빅뱅(전면적 금융개혁)▶재정개혁▶산업구조조정(규제완화)등 구체적 개혁방안을 쏟아 내고 있다.또 90 년대 최대 경제정책이라는 NTT문제는 분리.분할하기로 결정났으며 지주회사의해금도 초읽기에 들어갔다.관(官)주도 일본경제의 중심축인 대장성에서 금융 검사 및 감독기능도 완전분리된다.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이 개혁을.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개혁은 2025년의 경제성장률을 현재와 같은 2%로 유지해 선진국으로 살아남기 위한.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오일쇼크나 초(超)엔고등 외부충격에는 강하지만 내부변화에는 매우 취약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61년부터 3년 동안 일본경제백서를 집필한 시시도 도시오(육戶壽雄.동양학원대학원장)의 지적은 일본경제의 본질을 가장 잘 포착한 명 언으로 평가되고 있다.그런 일본이 이제.경제재생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 만들기'를 내걸고 이 명언에 도전하고 있다.따라서 내년 일본경제에서 주목할 것은 성장률이나 경상수지.금리.환율등 경제수치보다는.개혁'의 추진여부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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