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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서시장은 프랑스 열풍 - 갈리마르出版社 전집류 국내독자 사로잡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프랑스 출판문화의 대명사로 통하는 갈리마르출판사.수익성보다 책 내용의 윤리적·지적 가치를 내걸고 1911년 설립된 이 출판사는 9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최근들어 이 출판사의 전집류가 국내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고매한 출판정신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즐겨 읽히고 있는 갈리마르사의 전집류는 5종에 이른다.시공사의 ‘디스커버리총서’,꼬마 샘터의 ‘첫발견시리즈’,마루벌의‘지식의 뿌리시리즈’,웅진출판사의 ‘과학비밀상자시리즈’와 ‘문제풀이 세계명작시리즈’등이 그것.이외에도 웅진출판사에서 ‘문제풀이 세계명작 시리즈’의 후편격인 ‘주머니속 세계창작동화시리즈’(80권)를 다음달 소개하며 중앙교육연구원에서도 12권짜리 ‘벤저민 백과사전시리즈’를 준비중이다.‘디스커버리총서’를 빼고는 모두가 어린이용이다.

성인용인 ‘디스커버리총서’가 전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인문및 자연과학 상식에 대한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면 어린이용 시리즈물의 인기는 안정적인 색채로 철학적·입체적 사고를 키워주려는 기획의 착안으로 볼 수 있다.

먼저 지난해부터 번역 소개되기 시작한 ‘디스커버리총서’를 살펴보자.갈리마르사가 이 시리즈로 펴낼 책은 총 5백권.프랑스에서는 지금까지 3백권이 출간됐으며 이중 40권이 국내에 번역 소개됐다.

지금까지 소개된 책만을 봐도 이 기획의 방대함이 느껴진다.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미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건드리겠다는 의도다.문자의 역사·이집트문명·잉카문명·실크로드·마야문명·그리스문명·화석등 인류학및 고고학은 물론 코끼리의 세계·아프리카 탐험·화산·미라·록음악·고흐·모네·로댕 등 백과사전식 기획이다.

최근 출간된 10권을 제외한 30권만으로도 지금까지 35만부의 판매부수를 올렸다.특히 인상파화가 고흐의 작품 세계를 다룬 ‘고흐’는 3만부나 팔렸다.컬러에 문고본이어서 독자들에게 별 부담없이 읽힌다.내용도 알차다.지난해에는 문화체육부 추천도서에 오르기도 했다.

어린이용 시리즈 중 ‘첫발견시리즈’와 ‘지식의 뿌리시리즈’는 셀로판지를 활용하거나 페이지 일부분을 떼어내는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물을 입체적으로 파악하도록 제작됐다는 점이 특징.3~7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첫발견시리즈’는 지구촌 식물이나 동물의 오묘한 세계와 자연현상등을 설명한 36권이 1년만에 각 3천부씩 모두 매진됐고 다음주에 새롭게 30권이 소개된다.

그중 ‘지구촌 식물들’편에 담긴 육식식물 벌레잡이통발이란 식물에 대한 설명을 보면 이 책의 기획의도가 충분히 엿보인다.먼저 숲속의 벌레잡이통발에 대한 설명이 따른다.셀로판지로 제작된 오른쪽 페이지에는 벌레잡이통발의 앞쪽 모습이,셀로판지 뒷면에는 벌레잡이통발의 뒤쪽 모습이 그려져 있다.이 셀로판지를 넘기면 앞페이지와 겹쳐지면서 어린이들이 숲을 대하면 그 속에 파묻힌 많은 식물까지 떠올리게 된다. 갈리마르사는 이 시리즈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워낙 높아 앞으로 무한정 펴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이 시리즈는 현재 세계 36개국에서 번역되고 있다.

‘지식의 뿌리시리즈’역시 셀로판지를 덧붙이거나, 페이지 일부를 뜯어내거나 펼치는 방법으로 과학의 원리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게 만들고 있다.‘인류의 은인,불’‘재미있는 미술여행’등 12권이 출간됐으며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이 시리즈와 ‘첫발견시리즈’는 셀로판지등을 이용한 특수제작이 많아 인쇄만은 이탈리아에서 이뤄진다.

한편 웅진에서 펴낸 41권짜리 ‘문제풀이 세계명작’은 엉뚱하게도 논술열기를 타면서 국내에서 널리 읽힌 전집이다.에드거 앨런 포·장 폴 노지에르등 세계 각국 소설가들의 작품을 싣고 그 뒤에 논리적 사고력·이해력·추리력·어휘력 향상을 꾀할 만한 문제를 제시한 것이 우리 학부모들에게 먹힌 것.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 1년생을 독자층으로 한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6만질이나 팔렸다.웅진출판사가 다음달 펴낼 ‘주머니속 세계창작동화’시리즈는 눈높이를 초등학교 1~4학년 수준으로 낮춘 기획이다.

출판저널 김지원편집장은 갈리마르사의 인기에 대해 “영어 번역서에 익숙했던 학부모 세대들이 영어책의 ‘가벼움’에 반성하면서 자녀들에게는 철학적인 면이 강한 프랑스 책을 권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국내 출판기획에도 자극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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