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이기업을바꾼다>4.한국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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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찜통 더위 속의 99년 여름 어느날 한국전력 상황실.삼복더위때만 되면 매년 벌집을 쑤신 것처럼 초비상이 걸리곤 하던 이곳이지만 올해는 딴판이다.과도한 전기 소모로 변전소나 변압기가 고장나 동네 전체가 모두 불이 나가는 사태도 거 의 일어나지 않는다. 해결사는 정보통신기술(IT).발전소를 더 세워 전기를풍족하게 공급해서가 아니다.
.에어컨 전력소모가 가장 클 때인 오후2시에는 한국종합전시장.대우빌딩.63빌딩등 대형 빌딩 20여곳의 에어컨을 30분 단위로 5분씩 중단시키고 그 다음은 시내 대형빌딩을 차례로 조정.대도시 대형건물의 에어컨 시설과 연결된 한국전력 중앙컴퓨터가내리는 지령이다.전력공급 한계치를 향해 치닫는 전력 소모량의 예봉을 꺾기 위해서다.한국종합전시장의 하루 전력소모량은 대전시,대우빌딩은 경기도의정부시와 맞먹는다.말하자면 주요 도시의 대형빌딩용 소비 전력만 적절하게 통제 해도.전력대란'은 걱정하지않아도 된다는데 착안,한국전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원격전력제어 시스템'이 99년 작동되는 모습이다.
전력소모량이 한참 한계치를 향해 치달을 때 여름철 전력소비 주범격인 대형빌딩의 에어컨을 건물관리사무실이 아닌 한국전력 중앙컴퓨터가 끄고 켜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물론 이 대가로 한국전력은 전기료 일부를 할인해 주는 혜택을 주게 된다.
신동덕(申東德)사업총괄부처장은“대형빌딩 에어컨 가동을 잠깐씩중단하거나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전력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일반 가정등은 단전(斷電)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고 이 시스템의 효용성을 설명했다.전기수요가 많아진다고 무조건 발전소만 지어 해결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정보통신기술을 이용,전력을 적절하게 분배함으로써 전력난을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여름 냉방용 전력소모는 약 7백메가와트(MW).원자력 발전소 7기(基)가 생산하는 전력량에 맞먹는다.
전력 분배만 잘하면 기당 2조원 가까이 드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시스템은 또 전력수요가 폭증,연쇄적으로 큰 지역으로 단전이 확산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데 활용이 가능하다.
한국전력은 이달부터 서울 여의도내 중소기업진흥공단.동양화재빌딩등 17개 빌딩을 대상으로 이 시스템을 시험 가동해본 후 내년말께부터 한국종합전시장등 초대형 빌딩과 제조공장등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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