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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본내년세계경제>2.미국-'경쟁력 르녜상스' 부푼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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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미국에서 벌어진 두가지 일은 미국의 현 상황을 썩 잘 그려낸.경제 스케치'다.
하나는 이달 첫째 주말 뉴욕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던 일.
또 하나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실제보다 높게 잡혀있다는 주장에 대한 논란이다.
이 두가지 일에는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두가지 문제,즉▶건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과연 언제 다시 인플레의 망령이 닥칠 것인가▶복지 축소를 둘러싼 사회.정치적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면서 재정적자를 줄일 것인가에 대한 반응이 집약돼 있다.
미국 경제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인플레의조짐이 언제 나타날 것인가다.이달초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비정상적으로 부풀려지는 자산가치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의 말을 한마디 한 것이 금새.금리인 상 가능성'으로 해석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던 것이 그같은 경계심리를 잘 말해준다.그러나 현재 인플레 조짐은 보이지 않으며,불경기가 닥칠 것이라고 보는 전망도 거의 없다.내년에도 미국 경제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저물가.저실업.적 정성장'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대한 논란은 미국 사회가 떠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복지축소.재정적자 개선 이슈를 바닥에깔고 있다.
재정적자 감축은 인플레 없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그러려면 연금.의료보험등에 대한 사회보장성 예산을 줄여야 하고,그러자니 사회적.정치적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그 해법을 미국은 CPI 개편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CPI가 낮아지면 임금.사회복지지출.재정적자등도 따라서 줄어든다.5년간1천억달러 이상이 왔다갔다 하는 이 문제가 큰 정치이슈가 된 것은 당연하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만일 미국 정부가 지수 개편에성공한다면 미국 경제는 다시 한번 큰 붐을 탈 수 있을 것이다.이같은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은 곳곳에 배어 있다.재계 인사들은.경쟁력의 르네상스' 라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쓴다.낮은 저축률.교육제도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높지만 이는.현재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지.어두운 미래를 예견하는 근거'는 아니다.따라서 내년에 지켜봐야 할 것은 외형적 성과보다도 재정적자축소.복지개혁등 내용적인.21세기 준비'에 어느 정도 손을 대느냐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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