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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 한해 미국 끌어안기 총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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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은 올해 외교역량을 미국에 집중했다.그 양상도 예년과는 사뭇 달랐다.고위관리를 미국에 직접 보내는.현장외교'중심이었다.방미(訪美)규모도 커졌다.대미(對美)관계 개선을 통한 체제유지라는 궁극적 목적이 그들을 미국으로 향하게 했다 .단기 목표는 역시 북한에 유리한 국제환경 조성이었다.
한반도 문제는 결국 미국에 의해 결정된다는 현실을 직시한 소치였다.올해 미국에 얼굴을 내민 북한 고위인사는 김병홍 군축평화연구소장,김정우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이형철 외교부 미주국장,박석균 부국장,이근 미주과장,이종혁 아시아.태 평양위원회 부위원장,박승덕 주체사상 연구소장등이다.
북한인사의 방미는 주로 올 상반기에 집중됐다.이들은 조지 워싱턴대 시거 동아시아연구소(소장 김영진),북미주 기독자협회(회장 박한식),스탠퍼드대 동아시아연구소(소장 존 루이스)등이 개최한 세미나 참석이 주요 이유였다.특히 미국을 총 괄하고 있는이형철은 올 2월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세미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려다 취소한 바 있으나 하반기들어 두차례나 미국에 갔다.10월에는 유엔총회 참석을 빌미로,12월에는 잠수함사건 협의차 미국을 두차례 방문해 많은 주 목을 받았다.
이들의 방미외교는▶한.미간 긴밀한 공조체제를 와해시키고▶대미관계 개선을 통한 외교다변화 기초마련에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북한은 일단 미국이 한.미 공조체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데 정책의 역점을 둔게 분명하다.미국이 독자적 인 대북외교에 나서면 한반도 상황을 북한에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 11월 미대통령 선거때까지 비교적 유화적인 대미제스처를 보냈다.
유해송환에 적극 협조했으며 폐연료봉 봉인에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민감한 미사일 협상에도 일단 응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이형철이 잠수함 사건과 관련,사과와 재발방지는 미측에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미국과는 대화와 협조를 할 수있다는 추파를 던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런 과정을 통해 한.미공조체제 와해를 꾀하는 것임은 물론이다■북 한은 클린턴이 다시 집권한만큼 사태의 전개양상을 보아가며 강공책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경수로 공급 후속의정서의 서명과 부지조사단 방북이 계속 지연되면 지난달초부터 중단된 폐연료봉 봉인작업의 전면적인.재고'를 들고 나올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이다.하지만 이는 강온 양면작전일뿐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는 무리수를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북한은 이같은 대미관계의 해법을 찾으면서.외교 다변화'를 위한 정지작업도 추진했다.주요 서방 선진국들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관심을 가지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특히 과거 동맹국인동유럽 각국에는 김충국 외교부 구주(歐洲)국장을 보내 관계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북한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김정일(金正日)의 공식승계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얻기위한 노력을 더욱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북.미수교나 북.일수교 모두 김정일 공식 승계시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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