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73.고려대-출제경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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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려대의 논술시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계열별 논제다.전공분야 지식을 응용할 수 있는 논제가 출제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능성은 고려대가 실시한 올해 모의고사에서 구체적으로나타나고 있다.특히 자연계 논제에서 두드러져 모의고사에서 자연과학의 구체적 지식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담배와 폐암,전자파의 인체 유해여부 등을 예로 들어 통계적 방법이 갖는 특성을 묻는 1차 모의고사 논제와 빛의 반사를 거시적 측면과 파동의 측면에 대한 통일적 파악을 요구하는 2차 모의고사 논제는 상당한 정도의 물리학이나 과학철학 적 지식을 요구한다.물론 제시문을 자세히 살피면 이해할 수도 있는 문제들이지만 지나치게 전문적 지식에 의존하는 것이어서 학생들에게는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모의고사를 계열별로 출제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따라서 자연계 수험생의 경우 이에 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모의고사처럼 논술의 기본요건인 쟁점없이 전문적 지식만요구하는 논제는 출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 논제들에 대한 내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본고사에서는 철학.문학.사회.자연과학 교수들이 고루 참석해 어느정도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논제를 출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자연계의 경우.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근대 기계론의한계와 관련된 최근의 논의들'.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문제'.오늘날 과학이 주요한 방법으로 삼는 통계학적 방법의 한계'.과학기술과 환경의 상관여부'등 자연과 학도로서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소재가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
96학년 본고사와 올해 모의고사에서 공통및 인문계 논제는.예술적 감성이 사회적 산물인가,인간 본성에 내재한 것인가'.절대적 관점과 상대적 관점에서 평등의 정당화 가능성'.복지증진을 위한 온정적 간섭의 정당화 여부'등이다.모두 다 논술에 매우 적절한 소재들이다.문제는 쟁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이들 논제 모두 논술의 기본요건인 쟁점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지식을 풍부하게 지니고 있을 경우 그와 관련된 쟁점을 보다 용이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견해를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논제가 비록.…에 대해 논술하라'식으로 출제되더라도 제시문을 논쟁적으로 독해하고 답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가 채점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대목은.사고의 깊이와 창의성'및.주제의 선명성과 논증의 타당성'이다.이는 비록 쟁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것을 찾아내 자신의 주장과 논증을 선명하게 제시할 경우 높은 점수를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따라서 난해한 지문을 읽고 쟁점.주장.근거를 찾아 분석해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입시 관계자는 수험생들의 개인적 가치관은 원칙적으로 평가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말한다.이는 어떤 주장을 제시하느냐를 문제삼지 않는 대신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증의 선명성,깊이있는 분석과 자유로운 비판정신을 보다 중요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려대는 대체로 구체적 사례를 제시문으로 하고 그에 대한 보편적 논리로 논술하도록 요구하는 연세대와 달리 인간.사회.자연과 관련된 매우 포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특징을 보인다.
학교 관계자는“보다 근원적 성찰을 요구하면서도 응용적인 지식을 동원할 수 있는 논제,현실적 함축을 지니면서도 삶을 살아가면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포괄적 주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다.96학년도 입시 논제와 올해 모의논 제 대부분이바로 이같은 주제들이다.자유와 평등,이기심과 정의,계층.계급.
민족.국가간의 갈등과 평화,이성과 감성등 수많은 사회철학적 주제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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