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한마디] 반토막 펀드 원금 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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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사진) 펀드리서치 팀장은 요즘 고민이 많다. 18년째 주식시장을 지켜보고 있지만 올해 같은 상황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한다. 과거 데이터에 기초한 투자전략 역시 별 쓸모가 없었다는 얘기다.

달이 바뀌며 악몽 같던 폭락장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반 토막 난 펀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역시 쉽지 않다. 금융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침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경험한 고수익을 다시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마냥 기다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고민 끝에 이 팀장이 내린 결론은 어떻게 해서든 손실 만회가 가능한 구간으로 진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익률 -50% 상태에서는 반등장이 와도 쉽게 원금을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 -20~30% 안쪽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 번째 방법은 기술적 반등 시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워낙 많이 빠진 만큼 분명히 기술적 반등이 온다는 것이 증시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요즘이 그런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건상 기술적 반등이 오래가기는 어렵다. 따라서 10~15%의 단기 목표를 채우면 미련 없이 분할 매도를 시도하라는 것이다.

다음은 되는 펀드와 안 될 펀드를 구분하는 작업이다. 앞으로 1~2년 동안 큰 반등이 오기 힘들지만 그중에서도 회복이 훨씬 더딘 펀드를 골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헤지펀드나 파생상품·PEF·리츠·중국이나 동유럽 같은 이머징 마켓 펀드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 이런 시장은 지금까지 선진국의 투자 자금이 차입까지 일으킨 덕에 활황을 보인 투자 대상이다. 그는 “이런 곳은 선진국 자금이 빠져나간 뒤 공백을 메워주지 않으면 반등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펀드의 경우 연기금이나 펀드 자금처럼 자체적으로 수급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사정이 조금 다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금화한 자금은 금리가 높은 회사채나 특판 예금에 단기로 투자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해서 최소 15~20%까지 손실을 회복해 둔다면 추세 반전이 이뤄진 다음 본격적 투자로 원금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세 반전의 신호로는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들었다.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줄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반영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두렵다고 무작정 던지는 것은 대책 없이 손실만 확정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들고 있는 것도 패닉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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