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이 기회”… 돌아온 개인투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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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회사원 민모(36)씨는 지난달 23일 코스피지수 1000선이 깨지자 주식 매수주문을 냈다. 펀드 환매한 돈 1000만원을 낙폭이 컸던 조선주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더 빠질 게 없어 보였다”는 게 이유였다. 민씨 생각은 적중했다. 그동안 나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1만1000원에 산 주식이 5일 1만6520원까지 올랐다. 민씨는 이제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주가가 반등하자 민씨처럼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가가 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종목들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개미의 귀환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개인 계좌 급증=키움증권은 10월 31일 전 직원들에게 100만원씩 나눠줬다. 하루 전 증시 전체 거래량 가운데 이 회사를 통한 거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4%를 넘어선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거래 수수료가 낮아 개미들이 선호하는 증권사다. 키움의 시장 점유율은 11%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한 자릿수로 떨어졌었다. 그런데 주가가 폭락한 10월 셋째 주부터 갑자기 거래가 크게 늘더니 결국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증시 침체로 상여금은 생각도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키움은 이날 새로 개설된 계좌도 2549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 고객이 많은 다른 증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양종금증권은 하루 평균 신규 계좌수가 9월 980개에서 10월 중순 이후 2100개로 늘었다. 대우증권도 새로 거래를 트는 고객이 9월엔 1000명도 안 됐지만 최근엔 두 배로 늘어났다.

기회를 엿보던 기존 투자자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증권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활동계좌’ 수가 1222만6934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활동계좌란 잔액 10만원 이상으로 최근 6개월 동안 최소 1회 이상 주문을 낸 계좌를 의미한다.


◆상투 조심해야=개미들이 시장으로 돌아온 것은 주가가 워낙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달 말, 시가총액이 자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이 수두룩했다. 한국 증시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이때 들어온 개미들은 쏠쏠한 재미를 봤다. 굿모닝신한증권 강남명품PB센터 현주미 센터장은 “개인 차가 있겠지만 50~60%씩 단기 수익을 낸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스피지수는 이미 26%나 올랐다. 증시 주변에선 이미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왔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도 개미들은 미련이 많다. 한국투자증권 목동지점 김병철 지점장은 “이젠 쉬어갈 때라는 의견도 있지만 더 오른다는 쪽도 만만치 않다”며 “장이 좋아지니까 덜 오른 종목으로 쏠리는 모습도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거래소시장의 우량주들이 단기에 너무 오르자 부담을 느낀 개미들은 코스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주 초반까지 코스피지수 상승률에 못 미치던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이번 주 들어 역전됐다. 조그만 재료라도 나오면 금세 상한가로 치닫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증시가 헤쳐가야 할 난관이 많아 쉽사리 오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 단기 수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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