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리포트>日국민 65% "공무원 윤리法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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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에는 황인종과 오직(汚職)인종이라는 두 인종이 있습니다.” 일본의 한 시사잡지가 요즘 도쿄(東京)시내 지하철 차량마다 내건 광고문의 헤드라인이다.잇따르는 공무원의 부정부패 사건에 대한 일본국민의 분노는 지난 4일 오카미쓰 노부하루(岡光序治)전후생성 사무차관이 구속되면서 극에 달했다.당사자 인 각 부처 공무원은 물론.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도 여론을 속히 갈무리하려고 허둥지둥하고 있다.
초점으로 떠오른 공무원윤리법 제정에 대한 정부고위층의 입장은이 사건을 계기로 바뀌었다.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당초 국회에서“현재의 법규정만 잘 지켜진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가 오카미쓰 구속을 계기 로“법제정의 필요성 유무를 검토하겠다”고 돌아섰다.“공무원의 윤리는 결국 마음의 문제”라던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관방장관도 윤리법을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했다.12일 아사히(朝日)신문이 발표한여론조사 결과 일본국민의 65%가 공무원윤리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기같은 여론 때문에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감히 법제정에 이의를 달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주무부서인 총무청만은 법안구상 자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엄연히 국가공무원법에 복무관련규정이 있고 뇌물수수라면 형법으로도 다룰 수 있는데 일시적 여론에 밀려.옥상옥(屋上屋)'을 자초하지 말자는 것이다.
정계를 중심으로 한 재(再)반론도 만만치 않다.복무규정은 너무 추상적이고 형법의 증수회(贈收賄)죄는 직무연관 여부를 가리기가 수월치 않아 실효가 적다는 주장이다.
현재 내각이 자율결의로 시행중인 각료 재산공개도 이번 기회에강제성을 띠게 만들자는 의견도 많다.
당연히 일본관가의 연말연시는 썰렁하기만 하다.도쿄의 관청가 가스미가세키(霞關)는 외부인의 발길이 거의 끊겼고 유흥가인 아카사카(赤坂)나 롯폰기(六本木)거리에서도 공무원이 업자와 흥청대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도쿄=노재현 특 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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