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내 첫 복싱세계챔프 김기수 간암 말기로 투병생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한국 최초의 프로복싱 세계챔피언.은퇴후에는 사업가로도 크게 성공한 김기수(金基洙.57)씨.그가 지금 불치병과 싸우고 있어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간암 말기로 판명된 김씨는 최근 입원치료 대신 기도원등에서 안수기도로 석달째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맏딸 미경(36)씨는 지난 6일“아버지는 병원보다 안수기도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며“현재 식사도 잘해 조만간 기적이 일어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암증상이 드러난 것은 지난 9월30일.복통이 심해 삼성의료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고나서부터.병원측의 판단은 길어야3개월.암세포가 너무 커져 손쓸 재간이 없다는 것.급기야 지난10월말 재입원했지만“암세포가 간에서 폐까지 번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낙담하고 퇴원해야만 했다.미국행 치료도 포기했다.꺼져가는 생명에 대한 마지막 희망으로 김씨는 안수기도를 택했다.이를 위해 김씨는 가족의 권유로 최근 부인 정하자(鄭夏子.55)씨와 함께 기독교에 귀의했 다.
김씨는 암검사를 받기 2~3개월전부터 복통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복싱으로 단련된 몸인데다 늘 골프를 즐겨 항상 건강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클럽챔피언에 오르는등 언더를 칠 정도의 프로급 실력이다.또 술 대신 담배만 약간 피울 정도로 절제있는 생활이 몸에 배어있다.
김씨의 성북고 선배인 김규철관장(대영체육관)은“지난 8월초 만났을 때 조금 마른 편이었지만 식사도 잘해 여전히 건강한 줄만 알았다”고 밝혔다.함남 북청이 고향인 김씨는 1.4후퇴 때가족과 함께 월남,전남 여수에 정착했다.김씨는 여수중을 거쳐 서울 성북고에 진학,복서로서 두각을 나타냈다.도쿄아시안게임(58년) 웰터급 금메달등 87승1패라는 화려한 아마전적을 뒤로 하고 61년 프로에 뛰어든 김씨는 65년 동양챔피언에 이어 이듬해 6월 장충체육관에서 이탈리아 벤베누티를 15회 판정으로 꺾고 마침내 세계정상에 올랐다.2년후 그는 마징기(이탈리아)에게 타이틀을 넘겨준뒤 69년8월 은퇴했다.
김씨는 주먹으로 가난을 털어낸 대표적인.헝그리 복서'.은퇴후김씨는 사업에서도 성공했다.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빌딩을 구입하는등 상당한 부동산 재력가로 소문나 있다.평소 생활도 근검.절약이 신조.매맞으며 번 돈을 헤프게 쓸수 없었기 때문.부인 정씨와 2남2녀를 두고 있는 김씨는 프로야구 원년 홈런왕 김봉연씨와 동서지간.

<김상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