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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脫北者의 급증과 再사회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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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 고위층의 망명 도미노현상과 일반 북한주민들의 급증하는 탈북은 북한체제에 대한 민심이반(離反)현상의 한 단면이다.이러한 사회일탈(逸脫)현상의 급증에 대해 일부에서는 북한당국의 체제관리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과 함께 체제붕괴조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몰락한 사회주의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른바.주체사상이 구현된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사회주의'를 통치 이데올로기로 제시하고 체제결속에 주력해 왔다.그러나 경제난으로 북한주민들은 사회주의 이념의 정체성(正體性)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당국의 주민통제방법은 배급통제와 행정통제라고 할 수 있다.그러나 원천적인 공급부족으로 식량분배체계가 붕괴됨에 따라 주민통제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특히 계속된 재해(災害)와 이에따른 식량부족은 김정일(金正日)의 지도자로서의 덕성(德性)에 의문을 갖게 할뿐 아니라 개인숭배에 회의를 갖게 함으로써 체제이완과 체제부정의식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식량을 구하려는 주민들의 이동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엄격했던 지역간 통행제한이 완화되고,북한사회를 지탱해주는 사회안전부.국가보위부.인민무력부 소속원들의 부패현상이 만연함으로써 변경지역을 통한 탈북자가 급증하고 있다.현재 중국.러시아등으로 탈출한 북한주민수는 1천5백~3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탈북자중.선택받은 운좋은 소수'만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고,다수는 북한당국의 추적을 피해 고달픈 도피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탈북자 급증과 부적응현상이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탈북자들의 효율적 관리문제가 우리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현재 국회에서 입법심의중인.북한탈출주민의 보호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탈북 관련업무를 통일원으로 일원화하고 ,북한탈출주민 보호시설을 설치해 이들을 이 시설에서 1년,거주지에서 2년으로 합계 3년동안 보호하는 등 귀순에 대한 보상보다 자생력배양을 통한 정착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의 입국문제와 북한주민의다량탈북시 대비책으로 미흡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탈북자의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체제로의 재사회화(再社會化)는앞으로 통일이 이뤄질 경우 북한주민의 재사회화에 필요한 준거(準據)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회주의 생산양식에 따라 생활해온 탈북자들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적응은 쉽지 않다.지난번 조선족들의 선상반란사건과 한국사람들의 사기행각에 당한 조선족의 피해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차원과 민간차원에서 탈북자들의 빠른 적 응을 돕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탈북주민의 재사회화교육은 남북한 주민들간의 이질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 추진돼야 할 것이다.집단주의원칙 아래서 살아온 북한주민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해 없이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지나친 우월의식을 가지고 재사회화 교육을 추진할 경우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탈북자들에 대한 재사회화교육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남한 주민들도 통일대비 차원의 민주시민교육과 정치사회화 교육이 더 절실하다.소수의 탈북자들도 포용하지 못할 정도의 역량으로 통일이 이뤄질 경우 어떻게 그많은 북한주민들 을 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번 金씨 일가의 집단탈북은 정부의 대북정책방향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대북문제는 명시적 정책을 통해 풀 것이 아니라 묵시적인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그리고 현단계에서 북한을 변화시키는 주된 힘은 정치가 아니라 자본이라는 점 을 깨달아야한다. 高有煥 〈동국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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