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칼럼>아직도 "官주도 월드컵"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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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일본축구협회는 최근 2002년월드컵 공동개최로 적자규모가 3백억엔에서 최고 5백억엔(약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았다.경기수가 64게임에서 32게임으로 감소,수입은 줄고 필요한 시설은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일본은 또 지난 9 1년 유치위원회 발족이래 모두 89억엔(약7백억원)을 유치활동을 위해 썼다고 공식발표했다.지난 11월14일자 스웨덴 엑스프레센지가 레나르트 요한손 국제축구연맹(FIFA)부회장의 말을 인용,“FIFA집행위원회 멤버들에게는 위스키.카메 라.컴퓨터등 끝없는 선물공세가 있었다”고 폭로한 것은 저간의 사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한.일 양국이 유치경비로 각각 1억달러 가까운 돈을 지출한 것은 일본의 발표로 그 윤곽이 잡힌 셈이다.월드컵축구를 개최하면서 돈걱정하는 경제대국 일본의 투명성과 침묵으로 일관하는한국의 폐쇄성에서 양국의 문화차를 읽을 수 있다.
서울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른 조직위원회는 관(官)주도의 기구였다.한국의 우수한 테크노크라트,그 조직과 계통의 힘으로 치러진서울올림픽은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으로 하여금찬탄을 금치 못하게 했었다.그러나 이 나라는 관이 나설 자리와민(民)이 나설 자리를 혼동하고 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번 애틀랜타올림픽이 끝났을 때 사마란치 위원장은 인사치레로도 대회운영이 잘 되었다고는 하지 않았다.철저한 민간주도의 미국은 상업화의 범람으로 빈축을 샀지만 대회를 거뜬히 치른 저력과 긍지를 안게 되었다.올림픽은 관의 입김을 생 리적으로 기피하는 민의 광장이기 때문이다.같은 논리로 월드컵축구도 민이 주도해야할 민의 텃밭이다.88년이래 한차례 강산이 바뀌는 긴 세월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관에 의존하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구조적 취약점을 간직한채 우 리는 21세기를 맞게될것 같다.근래의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봐 2002년 월드컵대회도 그 예외는 아니다.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민 주도,관 지원'이며 민 주도의 비중이 바로 선진의 바로미터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능률보다 사회성숙도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월드컵유치는 한.일간 자존심을 건 유치전 양상 때문에 국민적.사회적 검증이 미흡한채 결말이 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지개꿈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서 월드컵의 득실을 따져볼 때다.똑같은 규모의 98프랑스대회 조직위 자크 랑베르 사무국장은 8개구장(한.일 각 10개구장 예정으로 모두20개)이 이상적이라고 말했으며 한 구장에서 최 소한 6게임을치러야 비용회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일본축구협회가 4천억원의 적자를 예상한 것처럼 월드컵축구는 결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같다. (KOC위원.전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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