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논란 교과서 저자 9명, 수정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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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좌편향 논란을 빚은 고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정부의 수정 권고안을 교과서 저자들이 거부하고 나섰다.

금성출판사·대한교과서·중앙교육진흥연구소 교과서 저자 3명은 4일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검인정 취지를 훼손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 권고를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했다고 규정한 대통령과 교과부 장관은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성명에는 6종 교과서 중 두산동아를 제외한 5종(금성출판사·대한교과서·법문사·중앙교육진흥연구소·천재교육)의 저자 9명이 이름을 올렸다. 근현대사 교과서 좌편향 논란 이후 교과서 저자들이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는 처음이다. 교과부는 지난달 30일 4종의 교과서에 55건의 수정을 권고했었다. <본지 10월 31일자 14면>

◆왜 거부하나=성명에 동참한 이들은 금성출판사 교과서 저자인 김한종(한국교원대)·홍순권(동아대)·김태웅(서울대) 교수, 대한교과서의 한철호(동국대)·김기승(순천향대) 교수, 법문사의 김종수(군산대) 교수, 중앙교육진흥연구소의 주진오(상명대) 교수, 천재교육의 한시준(단국대)·박태균(서울대) 교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순권·한철호·주진오 교수가 참석했다.

주 교수는 “6종 교과서는 1997년 김영삼 정권이 마련한 교육 과정에 따라 집필되고 교육부 검인정을 통과했다”며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없다던 정부가 정권이 바뀌자 태도를 바꾼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연합군이 승리한 결과로 광복이 이뤄진 것은 우리 민족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는 대목에 대한 교과부의 수정 요구를 비판했다. 홍 교수는 “교과부는 분단 원인을 외인론으로만 해석했다고 하나 교과부가 일부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지 교과서 전체를 외인론으로 서술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교과부 “집필진 설득 노력”=교과부는 교과서 저자 전체가 아닌 일부의 의견으로 보고 있다. 6종 교과서 저자는 30여 명인데 일부 교수만 참여했다는 것이다. 교과서 검정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저자와 출판사가 수정 권고를 거부하면 교과부는 자체 수정이나 직권 수정을 하고 검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

교과부 김동원 교육과정기획과장은 “정부가 직권 수정을 한 전례는 없다”며 “공식적으로 거부 이유를 듣고 집필진 설득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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