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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 사업에 신나는 전주 ‘할머니 사장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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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집에서 빈둥거리다 용돈벌이 할수있는 일자리가 생긴 것만도 고마운데, 내가 회사를 꾸려가는 사장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희망과 활력이 넘쳐요. 찐빵처럼 행복과 사랑이 나날이 부풀어 오르는 것만 같아요.”

김효순·김정희·양점례·김금자·이영숙(왼쪽부터)할머니 등이 정성스럽게 만든 찐빵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금암노인복지회관 제공]


전주시 중앙동 완산경찰서 뒷편 ‘엄마손 찐빵’집. 60~70대의 할머니 5명이 사장 겸 종업원으로 일하는 곳이다. 할머니들은 팥을 정성스럽게 씻어 삶아 내는 한편 밀가루 반죽을 한뒤 빵을 만들어 솥에 찌고 포장하느라 잠시도 쉴틈이 없다.

찐빵은 한박스(30개)에 1만원으로 다른 집보다 10~15%가 싸다. 현재 매출은 월 200만~300만원.“할머니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찐빵이라 믿을만 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점차 늘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용 찐빵도 개발했다. 해바라기와 초코칩·아몬드 등으로 장식해 팬덤곰 모양으로 만든것이라 어린이 집, 유치원 등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찐빵집은 노인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로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가게 문을 열기전 한달간 금암노인복지회관에서 찐빵 제조기술을 배웠다. 정부 지원금 5000만원으로 가게를 얻고 제빵기·발효기와 냉동·냉장고도 들여놨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지만 나이 등을 고려해 하루 4시간씩 교대로 근무 한다. 김금자(66.여)씨는 “나이 들어 떳떳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사실하나 만으로도 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며 “우리 아들·손자들이 먹는 찐빵이라고 생각해 좀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재료를 몽땅 넣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063-282-0455

◆1만3000개 일자리 창출=전북도가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발벗고 나섰다. 올 해의 경우 총 18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만3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취업 분야도 환경·교통·건강·복지 등 다양하다. 하천이나 공원·도로변의 청소를 맡는 환경지킴이로 가장많은 6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이나 산업인력공단 자격증시험, 일반기업체의 신입사원 채용시험 등에 감독관으로 200여명, 교통안전 지킴이로 300여명이 근무중이다. 할머니들은 육아와 보육 도우미 등을 한다. 전북도는 다음달부터 동료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사업을 펼친다. 각 시·군에서 700여명을 선발해 노인복지 서비스 교육을 30시간 실시한후 요양시설·복지회관 등에 배치해 목욕, 머리빗기 등을 돕고 말벗도 해준다.

심정연 전북도 복지여성국장은 “노-노케어는 몸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을 지원하고, 한창 일할 나이의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1석2조의 사업”이라며 “전북지역은 노인(65세 이상)인구가 26만9000여 명으로 전체인구의 15%를 넘어서 이미 고령화 사회(노인인구 14%이상) 단계에 진입한 만큼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 확충에 더 많은 심혈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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