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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초이스] 정확한 소리 표현력 B&W 800D 스피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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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하이파이 오디오파일(오디오 애호가)들은 예외 없이 ‘피 나는’ 업그레이드를 한다. 거기에는 눈물의 이력서가 숨어있다. 새로운 기기의 출시는 애호가들을 잠 못 들게 한다. 한 단계 수준 높은 기기는 주머니를 털어가는 ‘소리의 마왕’이다. 그래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소리와 타협한 오디오 선배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은 돈과 시간을 아끼는 지름길이다.

“오디오의 기둥은 스피커.”

앰프를 바꿔도 업그레이드가 됐음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초심자들도 스피커를 교체하면 금세 음질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오디오에서 스피커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소리의 출구인 스피커를 고정하고 앰프와 CD플레이어, 케이블 등을 바꾸는 것이 ‘오디오 궁합’의 정석이다. 그런 면에서 영국의 대표적 스피커 B&W 800D(사진)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B&W는 전 세계 수많은 스튜디오에서 모니터 스피커로 채용하고 있는 기종이다. 자기 고유의 색깔을 죽이고 중립적 소리를 내는 것이 이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800D는 종전 스테디 셀러였던 801시리즈에서 한창 개량된 것이다. 다이아몬드 재질로 만든 트위터가 가장 큰 특징이다. 모델넘버 800 뒤에 붙은 D자는 다이아몬드의 이니셜이다. 고역에서의 뻗침과 가닥 추림이 좋아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수정처럼 깨끗하게 들을 수 있다. 수백 번 들은 음반이지만,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렇게 상쾌한 것은 처음이다. 음상이 또렷해 스피커의 존재감을 잊게 하고, 무대가 좌우로 넓게 펼쳐지며 공간을 꽉 채우는 느낌이다. 포근하게 부풀어 오르는 듯한 중음과 단단하고 맑은 저음은 재즈와 보컬에서도 발군이다.

재즈 베이시스트 찰스 밍거스가 연주하는 ‘점프 몽크(jump monk)’에선 색소폰의 풍성한 울림과 찰랑찰랑 잔물결 치듯 흐르는 하이햇 소리가 일품이지만 오래된 모노 음반이라 현장의 열기를 전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다.

여가수 목소리를 이용해 중음의 밀도와 윤기를 들어봤다. 시드웰이 부른 ‘앨피(Alfie)’에서 아랫입술을 물었다 놓는 리얼한 에프(f) 발음과 목젖 떨림까지 들리는 듯하다. 이는 케블라 콘 재질의 중음 영향이 크다. 한마디로 연주회장 A석에서 듣는 것과 같다.

B&W 수입회사 로이코 문영수 이사는 “300㎡가 넘는 넓은 공연장 뒷좌석에서도 앞자리와 같은 음압을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리통”이라며 “고음의 직선성과 단단한 저음이 발군”이라고 말했다.

대개 해상력이 좋아 음의 분해 능력이 뛰어나면 소리가 뭉쳐 귀를 찌르는 자극적인 음을 내기 쉽다. 하지만 B&W 800D가 내는 소리는 적당한 두께감을 유지하면서도 투명하다.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유명한 음악가가 적은 영국에서 스피커가 이처럼 발달한 것에 의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폭넓은 음악 애호가들의 수요를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미끈한 중·고음의 상체와 육중한 하체의 조화를 이루는 외관은 가구로서도 품격 있는 디자인이다. 125kg의 육중한 이 B&W 800D 스피커를 ‘오디오의 영국 신사’라고 부르고 싶다.

30㎡ 넓이의 로이코 시청실에서 이 기기가 내는 소리를 시청했다. 매킨토시 1.2K 파워앰프와 매킨토시 C1000 프리앰프(진공관 버전) 를 사용했으며, CD플레이어와 DA컨버터는 에소테릭 제품을 썼다.

박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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