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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지성] 무서운 밤 外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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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태씨는 등단 이후 처음으로 단편소설집 『무서운 밤』(문이당)을, 이서인씨는 장편 소설 『특별한 선물』(화남)을 펴냈다. 임씨의 소설은 어두운 밤을 배경으로 삼아 언제나 쓸쓸하고 우울한 냄새가 풍긴다. 등장인물들이 변방의 선술집에서 술 기운에 의지해 쏟아 내는 울분은 이튿날이면 밤이슬처럼 사라질 소시민적 삶의 푸념이 대부분이다.

마치 세기말의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표제작은 송년의 밤거리를 배회하는 무기력한 스물 여섯 살 청년들의 방황을 그렸다. 분위기가 음습하고 무겁지만 문체에 특유한 힘이 있어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그만큼 그는 70-80년대 작가들이 지니고 있는 삶에 대한 자각과 질곡에 대한 의식처럼 우울한 감수성을 지닌 작가로 통한다.

한편 이씨의 장편소설은 속물적이고 교활하면서도 매사 합리화에만 능한 지식인의 집요한 자기애를 은유로 통렬하게 꼬집은 것이다.

세련된 미모와 지성을 지닌 여자 작가와 우직하고 착한 심성의 주방장. 대개 이런 주인공을 내세운 연애담이란 심리와 상황 묘사가 어떠하든 한낱 신파에 그칠 공산이 크다. 헤어짐으로 끝나면 이른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리얼리티가 결여된 ‘운명적 순애보’다. 어느 쪽이든 사랑에 대한 의미심장한 사유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소설은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여자는 처음부터 취미 생활 수준의 일시적인 여흥의 대상으로 남자를 이용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서 빚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허위를 그리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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