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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첫 흑인 아니면 최고령 대통령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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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먼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첫 흑인 대통령이 된다. 네덜란드 상선이 1619년 아프리카 출신 흑인 노예 20명을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에서 매매한 지 389년 만이다. 미국 건국 이후로만 따져도 232년 만이다. 존 매케인(72)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최고령 대통령 당선자가 된다. 현재 기록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1980년 당선 때 70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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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공화당의 첫 여성 부통령 후보다. 여성으로는 84년 대선에 나온 제럴딘 페라로 민주당 부통령 후보에 이어 두 번째다.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와 치열하게 경합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까지 감안하면 이번 대선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선거자금도 역대 최고다. 두 후보가 쓴 돈은 10억 달러(약 1조26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모은 돈 6억8400만 달러를 크게 웃돈다. 특히 오바마에게는 거액과 소액 기부가 줄을 이어, 그는 선거 자금을 7억 달러 이상 모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풍부한 실탄을 무기로 대선 막판에 대규모 광고를 쏟아 붓고 있다. 지난달 한 주에 TV 광고에 쓴 돈만 2100만 달러였다.

대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도 역대 최고인 1억30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표당 약 8달러의 선거자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투표율은 64%를 웃돌아 1908년(65.7%)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조기 투표도 열기를 뿜고 있다. 조지아주의 경우 등록 유권자 570만 명 중 35%인 200만 명 이상이 조기 투표했다. 2004년 대선의 조기 투표율(20%)을 크게 앞질렀다.

양당의 전당대회 시청률도 신기록을 기록했다. 전당대회 시청자는 공화당 3450만 명, 민주당 3020만 명에 달했다. 매케인과 페일린이 출연했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와 같은 정치 풍자 코미디 시청률도 크게 올랐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5%로 역대 대통령 중 둘째로 낮았다. 가장 낮았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수준(52년 22%)에 근접했다.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응답한 미국인이 85%로 사상 최고치였다. 부시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을 반영하듯 미국에 대한 세계인들의 혐오감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편 이번 대선을 계기로 Y세대(18~29세)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49~62세)에 버금가는 연령층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Y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에 이어 인구가 가장 많은 연령대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Y세대는 레이건 대통령 집권 이후 태어난 세대여서 보수주의의 영향을 적게 받아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다. 이들은 올 대선에서 오바마 진영의 자원봉사자로 활약하며 선거 열기를 달궈 놓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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