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를 논하다 ③ 김형중 청솔학원 총괄본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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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기에서 페넌트레이스보다 포스트시즌에 더 좋은 성적을 보이는 선수를 가리켜 큰 경기에 강하다고 한다. 입시에서도 ‘시험운’이란 말이 있다. 평소 모의고사나 내신시험보다 수능 점수가 잘나오지 않는 학생은 시험운이 없다고 말하고 반대의 경우 운이 좋다고 말한다. 정말 시험운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지금껏 지도한 학생들을 보면 실전에 강한 학생들에게는 몇 가지공통점이 있다.

첫째, 의지가 강하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진학을 희망하던 A학생은 누가 봐도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9월 모의고사에서 서울대 중하위권 학과에 진학할 정도의 성적이 나오자 도무지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책상을 박차고 나갈 용기는 없어서 자율학습 시간에 읽기 시작한 문학전집이 수십 권이 될 정도로 마무리 학습에 실패했다. 결과는? 결국 그 해 진학에 실패했다. 재수생활에서도 줄곧 최상위권의 모의고사 성적을 보였지만 고려대에 진학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B학생은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 연∙고대 중하위권학과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연∙고대만 진학하더라도 열심히 한 것이라는 말에 학생은 반드시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고, 그 동안 보여 왔던 집중력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원하던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 필자의 판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둘째, 출제의 흐름과 영역 전반을 이해하는 눈을 가졌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던 C학생은 쉬는 시간에도자리를 뜨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하고 품성도 착한 이른바 ‘엄친아’ 였다. 교육청 학력평가나 일반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평가원 모의평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응용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이 학생은 거의 모든 출판사의 실전 모의고사집을 풀었다. 결과는 궁여지책으로 남학생 쿼터를 노리고 교대에 지원해야 할 정도로 참담했다.

 D학생도 9월 모의평가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응용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은 같았지만 대응 방법은 달랐다. 실전 모의고사집 풀이의 양보다 분석에 심혈을 기울였다. 문제를 풀면서 생소하게 느껴진 문제들의 ‘역사’를 추적했다. 이 문제는 출제 원리가 교과서 어느 단원 개념을 활용한 것인가? 기출문제 중에 비슷한 원리와 개념을 사용한 문제는 무엇이 있었는가? 다른 개념을 접목시키거나 새롭게 변형될 가능성은 없는가? 이 과정에서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눈을 갖게 됐고 수능 직전 ‘선생님, 수능이 어떻게 출제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라고 하더니 결국 순천향대의대에 합격했다.

 큰 경기에 강한 선수들은 내가 해결해야겠다는 의지와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이 있다. 수능에서도 실전에 강한 학생들은 ‘난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출제원리를 꿰뚫어 보는 눈이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돈오(頓悟)’의 순간이 여러분에게도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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