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성>서울 구로동 주부 홍한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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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스콜라스티카라는 세례명을 가진 주부 홍한림(洪漢林.60.사진)씨.천주교 30년 신자인 그에겐 또하나의.신앙'이 있다.
환경과 이웃을 동시에 생각하는 환경운동에 대한 헌신이 그것이다. 평범한 살림꾼이던 洪씨가 환경운동에 눈뜨게된 것은 지난89년 현재 살고있는 서울구로동으로 이사오면서부터.집앞 구로본동성당에서 실시한 환경강좌를 듣는 순간 편리추구가 최선이 아니라는 깨달음과 함께“그길로 고생문도 훤히 열렸다”고 한 다.
“분리수거가 시작되기 한참전의 일이죠.신자들 집집에서 우유갑거둬다 씻어말리기,폐식용유로 비누 만들어 돌리기는 기본이고 인근 구로역 주변에 매일같이 산처럼 쌓이는 음료수캔을 주워다 처리장에 넘겨주곤 했어요.” “나이든 양반이 억척”이라며 쏟아진주변의 성원에 힘입어 洪씨는 93년부턴 아예 자신의 집마당에.
쟈케오 알뜰매장'(02-864-7526)이라는 재활용 의류매장을 마련했다.
이 알뜰매장은“장롱안에 놔두면 죽은 물건이지만 꺼내다 남과 나누면 산 물건이 된다”는 洪씨의 주장에 호응,이웃들이 모아온헌옷가지를 원하는 이들에게 헐값에 파는 곳.
그새 소문이 나 멀리 강남.인천등에서도 헌옷을 모아놨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이 오고“푼돈들여 멋쟁이가 될 수 있다”며 찾아오는 단골들도 꽤 있다.
바지.스커트.블라우스가 1천원,재킷.점퍼류는 4천원,양복1벌에 기껏해야 5천원선.
그나마“줄 돈이 없다”며 미안해하는 극빈자들에겐 거저 가져가라고도 한다.
이렇게 한달내 헌옷가지와 씨름하며 손에 쥐는 돈은 20만~30만원.洪씨는 그 돈도 약간의 경비를 제하곤 인권단체나 주변의소년소녀가장등에게 보낸다.
환경사랑이 이웃사랑을 낳는 셈이다.
“옷에서 먼지가 많이 나 기관지가 안 좋아졌어요.남편이나 아들들은 그만하라고 말리죠.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안 놓을 작정이에요.”.환경할머니'洪씨의 말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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