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울마라톤] 1위로 골인한 솔로몬 몰라, 풀코스 도전 세 번 만에 2시간8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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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8분46초로 우승한 솔로몬 몰라(21·에티오피아·사진)는 국제 마라톤에서 떠오르는 별이다.

지난 1월 첫 풀코스 출전인 마라케시 마라톤(모로코)에서 2시간17분57초를 기록했다. 그저 그런 기록이지만 마라톤 연습 5주 만에 세운 것이라면 놀랄 만하다. 그래서 그는 에티오피아 대표팀에 발탁됐다. 올 5월 오타와 마라톤에서 2시간11분05초로 기록을 줄였고, 세 번째 풀코스 출전인 이번 중앙마라톤에서 2시간8분대에 들어왔다.

몰라는 경기 내내 표정이나 자세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고 나서도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전반에 참았다가 35㎞ 부근에서 속도를 냈는데 이후 5㎞ 구간을 14분36초, 100m 평균으론 17초52로 달려 나가 경쟁자들을 모두 떼놨다. “힘이 남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뛰어 나올 걸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21세다. 그가 얼마나 성장할지는 자신도 모른다. 미국인 에이전트는 “2시간6분대 초반은 충분히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풀코스 참가자들이 서울 세곡동에서 시흥 네거리로 향하는 단풍길을 달리고 있다. 매년 11월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중앙서울마라톤 코스는 거의 전 구간이 평탄하면서 단풍이 어우러진 전원코스로 유명하다. [김형수 기자]


몰라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엘리트 선수 중 가장 키가 작다. 1m68㎝에다 55㎏에 불과하다. “키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빨리 뛰려는 열정이 더 중요하다”며 “마라톤 최강국 케냐 선수든 에티오피아 출신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든 뛸 때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키가 작으면 큰 선수 뒤에서 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향은 에티오피아 북쪽의 티그레이다. 고도가 높고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는 ‘인제라’라는 음식을 주로 먹어 뛰어난 장거리 육상 선수가 많이 나오는 지역이다. 오른쪽 눈썹 부근에 야수가 할퀸 것처럼 보이는 다섯 개의 상처가 있다. “티그레이 부족은 어릴 때 아프면 이런 상처를 낸다”며 “어릴 때 시력에 이상이 생겨 상처를 만들었고 이후 눈이 좋아졌으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몰라는 “한국의 날씨와 코스가 매우 마음에 든다.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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