景氣 바닥시기 엇갈린 전망-통계청"내년전반"韓銀은"후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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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도대체 경기의 바닥은 언제인가.
우선 대표적인 정부통계 작성기관인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진단이너무 다르다.한은은 내년 하반기,통계청은 내년 상반기에 경기가저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29일 3분기 국민총생산(GNP)을 발표하면서“당초 내년 2분기께로 예상했던 경기 바닥이 내년 말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재고가 쌓이는데도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시설투 자와 생산을늘려 경기 적응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에서다.
경상수지 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불어난 것도 기업이 물건이 팔리지 않는데도 생산이나 시설투자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으로한은은 보고 있다.10월중 산업활동에 대한 지표가 좋게 나타난점도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따라서 한은은 현재와 같은.재고 성장'이 내년 이후에도 계속돼 경기 바닥은 내년 하반기나 가야 나타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통계청의 분석은 다르다.10월 경기지표가 좋게 나온 것은 일시적 현상이며,내년 1분기가 되면 거품이 걷히면서 생산조정이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10월중 철강과 반도체 재고가 18~19개월만에 처음으로 전달보다 줄어든 점도 바로 기업들이 서서히 생산조정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통계청은 주장한다.기계장비와 석유화학업종의 경우 이미 재고조정이 상당부분 이뤄졌다는 통계청 진단이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는 생산.재고.출하가 동시에 떨어지는 전형적인 경기저점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며,하반기부터는 경기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한구(李漢久)대우경제연구소장은“최근 경기지표는 우리 경제가 경기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경기부양책이 남발할 경우 경기적응력을 더욱 떨어뜨려 불황을 장기화시킬 것”이라 고 지적했다.그는“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불어나는 것도 성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제정책에 원인이 있다”며 “성장을 희생시키지 않고서는물가나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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