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단순히 커지는 성장은 발전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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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가 지금까지 문명을 발전시켜온 방법으로는 더 이상 계속 발전할 수 없습니다. 너무 많은 인간이 너무 많은 물질을 사용하면서 공기와 토양·강·바다 등을 무너뜨리고 있어요.”

『인간 없는 세상』『가비오따쓰』(이상 랜덤하우스) 등의 저자 앨런 와이즈먼(61·사진)은 인간과 자연의 행복한 조화를 시종일관 강조했다. 그는 28일부터 열린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 개최 기념 ‘비무장지대(DMZ) 보전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미국의 환경저널리스트이자 애리조나대 국제저널리즘 교수인 그는 지난해 출간된 『인간 없는 세상』으로 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인간 없는 …』은 ‘타임’ 선정 ‘2007년 최고의 논픽션’으로 뽑혔고 32개 언어로 번역됐다.

『인간 없는 …』이 인류가 모두 사라진 뒤에 자연이 ‘위대한 복원력’을 발휘해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뤘다면, 1998년 출간된 『가비오따쓰』는 콜롬비아 가비오따쓰 공동체의 삶을 보여주면서 인간이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하는 책이다. 『가비오따쓰』는 최근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판이 나왔다.

가비오따쓰는 환경친화적 지속가능한 발전의 모델이다. 그곳 사람들은 비싸고 제한적인 석유 대신 무한한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가능한 수경 재배법으로 채소를 키워 자급자족하고 있다. 또 적도의 미풍을 에너지로 바꿔주는 풍차, 자동으로 식수의 세균을 제거하는 태양열 주전자, 프레온 가스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태양열 냉장고, 태양열 주방 등을 고안해 활용한다. 마른 풀 밖에 없었던 황량한 사막에 소나무를 심어 4000헥타르의 열대 우림을 만들어낸 것도 가비오따쓰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내와 노력의 산물이다.

와이즈먼은 “가비오따쓰가 주는 교훈은 ▶주어진 환경을 현명하게 활용하되 완전히 다 사용하지는 마라 ▶썼던 것을 다시 사용해라 ▶늘 더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라 등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진정한 의미의 발전은 행복”이라며 “단순히 커지는 성장을 발전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와이즈먼은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2003년 DMZ를 방문해 생태계 복원의 생생한 사례를 관찰하면서 『인간 없는 …』의 영감을 얻었다. 그는 “DMZ는 역사적으로는 슬픈 장소지만 생태계 측면에서는 기적이요, 천국”이라며 “남·북한이 힘을 모아 DMZ를 국제평화공원으로 만들면 전세계 사람들에게 자연의 재생력을 보여주는 희망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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