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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2050년 지구 인구 92억 대재앙 막는 3가지 지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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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기후변화·빈곤 등으로 신음하는 지구를 구원할 해법은 뭘까. 이와 관련해 요즘 가장 각광 받는 화두라면 단연 ‘지속가능한 성장 (Sustainable Growth)’일 것이다. 잠깐의 이익을 위해 환경 및 인적·물적 자원을 훼손하고 착취하면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될 거라는 준엄한 경고가 이 논리에 담겨 있다. 따라서 이런 소중한 요소들이 고갈되지 않게 배려하면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지속가능 성장론자들은 강조한다.

이 패러다임의 최고 이론가는 미국 콜롬비아대의 제프리 삭스 교수다. 2005년에 펴낸 『빈곤의 종말 (The End of Poverty)』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가 올해에는 『공동의 부 (Common Wealth)』란 명쾌한 저서로 또 한번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먼저 벼랑 끝에 몰린 인류의 절박함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시작한다. “지금의 인구 증가율이 지속된다면 현재 66억인 인류가 2050년 무렵이면 92억으로 불어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구온난화·빈곤·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악화될 게 뻔하다. 불어나는 인구로 식량·식수 부족이 심화될 것이며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는 더 더워질 게 분명하다.

이뿐 아니다. 생각지 못한 대재앙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 그는 인구 증가로 더 많은 주민이 해안가 대도시에 몰릴 것이며 기후변화로 강력해진 허리케인·사이클론이 이곳을 덮치면 엄청난 참사가 발생할 거라고 경고한다. 더 우울한 사실은 현 시장경제 체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이런 비극을 피할 길은 뭔가. 삭스 교수는 세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첨단 기술을 후진국에게 신속히 전수해 줘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가스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석탄 연소기술 등이 그 예다. 그래야 환경 파괴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제 3세계, 특히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서의 인구 증가를 줄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끝으로 제시된 해법은 최빈국에서 가난이 줄어들 수 있도록 선진국의 문턱을 낮추라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쉽게 인근 부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해법은 분명하고 강력한 논리에 터잡고 있다. “세계적인 빈곤문제가 해결돼야 폭발적인 인구가 잡힌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구체적인 사례를 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다.

삭스 교수는 이들 방안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사인이란 점도 강조한다. 예컨대 성장을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안정화시키는 데는 전 세계 연간 소득의 1% 미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에서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려면 8400억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돼 있다. 선진국 전체 소득의 2.4%에 해당하는, 적잖은 규모 액수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정책을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비용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액수라고 주장했다.

물론 일부에선 복잡한 국제적인 난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삭스 교수의 이 책 역시 전작처럼 세계 정세를 분석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주는 명쾌하고도 호소력 있는 저서임에는 틀림없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제프리 삭스=후진국 경제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는 국제경제 및 경제개발론 분야의 석학. 1980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같은 해 이 대학 부교수에 임명된 뒤 불과 3년 만에 29세의 나이로 정교수가 돼 화제를 모았다. 부교수에서 정교수가 되려면 보통 10년 이상 걸린다. 이후 콜롬비아대로 옮겨 현재 이 대학 지구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세계적 문제를 풀려면 후진국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신념을 주창해온 그는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의 경제고문으로도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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