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犯엔 極刑 현실반영-憲裁 사형合憲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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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존폐 논란을 거듭해온 사형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내린 것은 극악한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를 위해서는 극형이 필요하다는 현실인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 수호를 최고 가치로 하는 헌법의 자유민주적 이념상 생명에 대한 권리는 자연권적 기본권으로 부정될 수 없으나다른 생명권을 불법하게 침해할 경우에는 예외적인 처벌이 불가피함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사형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결정을 내렸으나 다른 생명권을 다룬다는 점에서 사형제도 운용은 최대한 신중해야한다는.수사기관및 법원의 의무'를 명백히 했다.
이는 사형이 형벌의 한 종류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오판의 경우회복불능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헌재는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나머지 88개 법률조항에 대해 개별적으로 위헌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일부 조항에서 사형이 남발됐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조승형(趙昇衡).김진우(金鎭佑)재판관은“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생명권의 제한이므로 헌법 37조에위반된다”며 소수의견을 냈다.
이들은“모든 기본권은 생명이 있음을 전제로 해 비로소 의미를갖기 때문에 생명권은 어떤 법률과 제도에 의해서도 박탈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89년과 90년 각각 강도.살인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徐채택(당시 40)씨와 孫오순(당시 22)씨가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재의 결정을 받아보지 못한채 모두 사형이 집행됐었다.
세계적으로 사형이 폐지된 국가는 독일.필리핀.영국등 63개국이다. 한편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는 28일“인간존엄의 본질은 생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국가가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도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철폐해야 할 제도며 사형이 범죄를 억제할 수 있다는 미신에 맹종한 헌법 재판소의 결정은 역사가 다시 심판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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