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끔찍한 TV뉴스' 비난…참수 장면까지 보여줘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MBC TV가 지난 12일 밤 메인뉴스인 9시 뉴스데스크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이 미국인 인질의 목을 잘라 살해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반복적으로 방영해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MBC는 피살자의 비명과 괴한이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반면 KBS와 SBS는 괴한이 인질을 쓰러뜨리는 장면까지만 방영했다.

뉴스데스크 엄기영 앵커는 이날 "보기가 두려운 화면"이라며 동영상을 소개했다.

취재기자는 복면을 쓴 괴한이 긴 칼을 꺼내 인질을 쓰러뜨리며 목에 칼을 들이대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후의 장면은 방송에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해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괴한이 잘린 인질의 머리를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까지 모자이크 처리된 채 그대로 전파를 탔다.

방송이 나간 뒤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피해자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짓밟은…기본적인 (방송)윤리를 망각한 처사"(유원섭),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지만 목이 잘린 머리를 들고 있는 장면은…영화의 어느 잔인한 장면보다 끔찍하다"(권지영), "참혹한 전쟁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무책임한 행위"(고영주) 등 MBC의 선정성을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MBC 뉴스는 2002년 8월 한 남자가 부인을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하는 실제 살인사건 장면을 슬쩍 모자이크 처리한 뒤 방영해 방송위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올 2월에는 '매 맞는 버스기사'사건을 보도하면서 여러 폭행 장면들을 모아 이틀 연속 보여줬다.

또 지하철에 뛰어드는 자살 기도자들 때문에 지하철 기사들이 공황장애를 일으킨다고 보도하면서 지하철 투신 자살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MBC 방송강령은 '참혹한 자살 또는 범죄 수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송진흥원 윤호진 박사는 "전쟁보도나 재난보도에서 MBC 등 지상파 방송 보도에 문제가 많다"면서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지 않는 잔혹한 화면을 굳이 내보내는 것은 시청률을 위해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이자 다양한 계층의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네티즌은 미국인 인질 살해 장면을 인터넷상에서 주고받고 있어 윤리의식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