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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再건축문제 침묵하는 建交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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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파트 재건축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워낙 이해관계가 크게 얽혀 있는 문제이니 그럴만도 하겠다.그러나 재건축 허용 결정이석연치 않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특히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어떤 입 장을 취했는지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건물 노후화에 따른 재건축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며,주민들은 재건축과 관련해 장기적으로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생략된채 덜컥 허용결정이 발표됐기때문이다.그러나 도시및 주택문제에 대해 총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건설교통부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침묵의 이유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며,또 아파트기본계획의 수립이나 변경도 모두 지자체에 권한이 위임되었으므로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정말 그래서일까.
지난 5월 청와대 이각범(李珏範)정책수석에 의해 추진되던.21세기 도시개발구상'의 내용에는 잠실등 서울의 재건축 용적률을2백50%로 낮추는 계획이 포함돼 있었다.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용적률을 3백%이상 허용하지 않으면 재건축의 사업성이 떨어져 앞으로 주택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의 주장이 주택정책 측면에서 과연 타당한 것이었다면 건교부는 고밀도 재건축 논쟁에 있어 서울시보다 한술 더 뜬 셈이다.따라서 서울시가 제시한 2백85%에 대해 마땅히 지원사격을 했어야 했다.그러나 여론의 화살이 서울시로 쏠리자 건교부는 자기일이 아니라며 입을 다물어버린 것이다.용적률을 둘러싼 논란은지난 88년 건설교통부가 3백%였던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4백%로 올린 것에서 시작됐다.당시에도 용적률의 일괄적인 상향조정은 미래의 건축수요를 고려하지 않 은 조치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등으로 용적률을 올려놓은 건설교통부가 정작 대규모 재건축과 관련한 용적률이 문제 되자.소관사항이 아님'이라고 침묵하고 있는 것은 중앙부처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한 기본적인틀을 마련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당연히 건설교통부의 책임이다.세워진 틀 속에서 나름대로의 특성에 맞추어 집행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각 지자체의 몫이다.주민들의 이해관계로 인한 민원이무서워 해야할 일을 미룬다면 이는 중앙부처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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