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무자료거래가 가격덤핑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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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화장품점을 운영하는 吳모(47.여.대전시동구)씨는 지난 7월세무서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吳씨는 2평 남짓한 가게를 힘들게 운영하고 있는데 세무서는 그가 상반기 동안 무려 1천5백여만원어치를 거래한 것으로 파악,거래액의 2%에 해당하는 30만원을 세금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이었다. 吳씨가 한달 넘게 뛰어다니며 밝혀낸 진실은 뜻밖이었다.알지도 못하는 백제대리점(화장품총판)이라는데서 자신의 납세번호를 도용,거짓으로 자신과 거래한 것으로 꾸며 세무서에 신고한데서 사건이 빚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화장품업계에서 무자료(덤핑)거래 때문에 나타나는연례행사성 사례일 뿐이다.
현재 추정되는 화장품의 무자료 거래는 전체시장규모(2조7천억원)의 약30%로,할인판매가 일상화된 시판(市販)시장에서 주로발생하고 있다.
무자료거래란 중간도매상이나 대리점들이 제조업체에서 매출누락된물품들을 편법으로 공급받아 시중에 유통시키는 것으로 부가세(10%)와 특별소비세(20%)등을 피할 수 있다.자연히 세금 폭만큼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기에 정식루트 를 통한 물품은우선 공급단가면에서 경쟁이 안된다.
아울러 매월말 돌아오는 어음결제에 쫓긴 상당수 대리점들이 현금마련을 위해 평소거래가격에서 5%안팎으로 추가 덤핑을 하기에가격은 계속해 내려간다.
소비자가격 대비 할인율이 최고 90%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은바로 이 때문이다.한 소매점이 정상판매를 하려고 해도 이같은 덤핑.무자료물품을 공급받은 경쟁점포가 낮은 가격으로 치고 나오면 자신 또한 하는 수 없이 할인된 덤핑물건을 찾아 나서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셈이다.
현재 약 2만개로 추정되는 일선 화장품 소매점의 상당수가 부업차원의 영세점포이며,심지어 사업자등록조차 안된 곳이 있다는 점도 무자료 거래에 한몫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명동.신촌일대 대형점포들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과세특례자인데 정식물량을 많이 공급받을 경우 과세특례자에서 빠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세금거래 자료를 기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화장품공업협회 관계자는“그동안 11개 대형 화장품업체가 무자료를 줄이기 위해 거래정상화추진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실효를 못거두고 있다”면서“제조업체와 도매업체의 무자료거래도 문제지만 소매업체 단계에서도 세무자료가 거래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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