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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닦은 부부싸움의 기술 전수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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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두상달·김영숙씨 부부가 함께 주례를 보며 신랑·신부에게 40년 부부생활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우리네 주례라는 게 대개 비슷하다. 직장 상사, 은사 등 나이 지긋한 남자 어르신이 마이크를 잡는다. 검은 머리 파뿌리까지는 아니어도 부부가 서로 돕고 이해하며, 건강을 챙기고, 부모를 공경하라는 등을 주로 얘기한다. 무게 있고 더할 나위 없는 덕담이지만, 그만큼 식상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서울의 한 결혼식장에 선 주례는 ‘그림’부터 조금 색달랐다. 일단 남녀 두 명이 함께 신혼부부 앞에 섰다. ‘부부가 잘 사는 법’이란 주제로 기업·기관에서 20년간 2000회 특강을 해 온 두상달(68)·김영숙(64) 부부가 그들이다. 이들은 부부 간 문제 해결을 위해 전화상담을 하고 매년 ‘부부 학교’를 여는 사단법인 가정문화원의 이사장·원장이기도 하다.

부부 주례는 쇼 프로그램의 공동 진행자처럼 주거니 받거니 말을 이어갔다. 해외출장 가서 기껏 사다 준 선물이 맘에 안 들어 싸운 얘기, 샤워만 하면 욕실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짜증났던 기억 등을 시시콜콜 털어놨다.

“우린 왜 이렇게 안 맞을까요.” 김씨의 하소연에 두씨가 “전 대충 맞아요”라고 화답하자 하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들 부부의 에피소드를 듣고 ‘우리 얘기구나’ 싶었던 것이다.

주례사는 ‘싸움의 기술’로 이어졌다. 부부싸움을 할 땐 당장의 문제만 놓고 이야기할 것, 감정이 격해질 땐 타임아웃을 외칠 것, 시작처럼 끝도 맺을 것 등이 규칙으로 소개됐다. 이날 신랑·신부는 “부부가 싸운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사랑한다고 싸우지 않는 것도 아니다” 라고 복창했고, 이어 두씨는 “살다가 싸움 카운슬링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오라. 주례 애프터서비스를 해주겠다”며 말을 마쳤다.

식이 끝난 뒤 그들에게 주례사로 못다한 얘기를 들어봤다.

“저희는 지금도 싸워요. 하지만 부부싸움에 요령은 생겼죠. ‘당신은 불만이 왜 그렇게 많아’라고 하면 될 걸 ‘여자가 무슨 말이 그리 많아’라고 하면 더 화나는 게 사람 심리거든요. 그걸 아니까 이젠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들을 피하는 거죠.”

두 사람이 이런 노하우를 알게 된 건 19년 전 미국의 한 부부관계 개선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다. 남편은 강의를 들으면서도 ‘나랑 상관없다’ 하고 있었는데 아내는 뜻밖에 왈칵 울음을 쏟아냈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행동과 발언이 아내에게는 상처로 남았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부부의 40년 싸움은 강연의 소재가 된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 ‘싸움의 원칙’을 말하다 보면 어느새 ‘아무것도 아닌 일’이 돼버리는 게 이들 부부다. 그래서 강의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들 자신이다. 또 강연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침 키스가 연봉을 높인다』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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