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변 조선족은 정녕 한민족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연길(延吉).중국어로 옌지.조선족 스스로가 연길이라 하는데 우리가 옌지로 부르는 것조차 난센스다.그 어느 길목..남조선 사기극 피해보상 15만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하지만 관광나선 한국인들은 영 딴전이다.잠시 대화 엿듣기.“ 아이구! 어쩜 그렇게도 조선족이면서 우리말을 잘해.이민 몇세니? 미국있는애들은 우리말 하나도 못해.” 자기들끼리 다시 한마디.“한국와서 온통 사고만 저지르면서 웬 우리더러 사기꾼이야.”행여 엉뚱한 보복이라도 당할 것을 우려,그들은 부랴부랴 자리를 옮긴다.
그 빈 공간을 울려퍼지는 조선족들의.잡아들여라,보상하라'울부짖음.어떤 한마디가 가슴을 쳤는데….“예전엔 일본의 총칼에 살고죽고 했다가 이제는 남한사람들 사기에 죽을 판이다.”한국 관광객들은 그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물론 어디서건 사기치는 사람 있지만 분위기는 살벌하다.다음 행선지는 그 유명한 천지.장백산천지를 올라가면서도 끝까지 백두산이라고 우기고.그래도 천지는 천지니까..고구려 땅-만주-우리 땅'논리를 만들고는 일부러라도숙연해지는 그들이기도 하다.사실 조선족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른채 뱉는 말이 그들로선 식칼같은 느낌일지 모른 다.해방전의 간도.독립운동의 본거지.그리고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한 북한의 지원. 단도직입으로 들어가자.조선족은 우리보다 월등히 못산다.
그래도 중국내 소수민족중 가장 완전하게 조국의 말과 얼을 보존하고 있다.그러나 그 자존심을 돈 욕심에 저당잡히고는 대부분이목표를 .한국행'에 둔 상황이다.한 3년벌어 한밑천 잡자는 것이다.지금 한국 취업비자를 따내는 비용은 중국돈 6만원.쉽게 환산해 우리돈 6백만원 수준이다.무턱대고 우리는 중국돈 6만원을 그들이 평생 벌어야 하는 돈이라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경멸의 산물.평균월급 개념으로 정확히 논하면 거금 9년치 수입이다.그러나 그들은 한국환상에 떠밀려 사채를 얻어 6만원 만들기에 망설임이 없다.다 한국행을 택할 수만있다면 다행이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브로커 사기 에 걸려 패가망신하고 만다.남은 것은 징역 아니면 자살과 가정파탄뿐.
거창하게 정기(精氣)까지는 아닐지라도 민족 자체를 이어온 그들의 자존심은 우리보다 한수 위다.그러나 일단 불어닥친 자본의논리앞에서 그들은 고개를 떨구고 있다.조선족 신세대그룹은 그들의 부모세대와는 달리 소수민족의 설움을 딛고 살 기보다 아예 중국인,즉 한족으로 동화해 사는 길을 택할 움직임이다.
사정이 이러니 1년기한의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발을 들인 조선족은 거의 예외없이 도망자의 길로 들어선다.우리가 비난해 마지않는 바대로 본전부터 챙기자는 계산에 돈통을 들고 달아나는 사례도 없지 않다.하기야 우리쪽에서 몇년치 임금을 다 떼어먹는 악덕기업주 얘기가 끊이질 않으니 .당하기 전에 챙기자'는 심리발동도 당연하다.이름하여 증오의 악순환 속에 있는 셈이다. 이렇게 표현하면 될까.우리는.아! 고구려,피이~조선족'.
그들은.앗! 4룡,우~졸부.사기꾼'.서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모멸감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얼마전 우리의 종교.시민단체에선 옌볜(延邊)조선족을 위한 사랑의 행 사를 가졌다.그리고 지금은 옌볜 조선족 사기극 사태해결 방안을 모색중이다.그리고 뒤늦게 조선족을 등쳐먹는 악덕 사기범을 잡겠다고 나선 한국경찰.정작 당사자들이 발뺌 일변도여서 문제해결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공 식표현이 조선족일까.사실 .족'에서부터 경멸감이 엿보이게도 말이다.폭주족.히피족.펑크족….북.미간협상일선에 나서 있는 전남 순천출신의 반(半)한국.반미국인 스티브 린튼박사의 말 한마디.“왜 .고려인'이라는 좋은 용어를 두고 조선옹 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아니면 .조선인'은 어떨지.북한이 그들을 .조교'(조선교포의 약칭)라 부르고 있으니 그것도 무방하리라.
□ 허의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