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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화가 재스퍼 존스 회고展 성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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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수백종의 크고 작은 전시회가 열리는 뉴욕 맨해튼의 가을.현재 이곳 언론의 문화면을 연일 장식하는 전시회가 있다.뉴욕 현대미술관에서 97년 2월까지 열리는 재스퍼 존스 회고전이 바로 그것. .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존스는 지난 55년 그림인지 실물인지 도무지 구별이 안되는 성조기 그림을 들고나와 미술계에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당시 미국 미술계를 주도하던 추상표현주의에 도전을 선언한 25세의 이 반항아는 그러나 얼마 안가 팝아트와 개념주의 미술의활로를 개척한 위대한 선각자로 각광받게 된다.
이번 전시회는 존스가 40년간 창조해낸 유화와 드로잉.판화.
조각등 2백50여점을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첫 대규모 전시회. 작가의 주관보다 대상에 대한 충실함을 강조하는 객관성,소재의 친근함과 일상성,화폭의 매끈함보다 투박성을 중시하는 특징이 한눈에 느껴진다.
관객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작품은 역시 .성조기'.“데뷔작으로 미국의 국기를 선택했을때 내 예술의 기본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존스 자신이 밝히듯 그는 일상에서 가장 흔하면서 간과하기 쉬운 국기라는 주제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퍼부음으로써 익숙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미국국민 전체를 .생각의 바다'로몰아간 예술가였다.
작가의 개입으로 어떤 정해진 이미지의 의미는 무너지고 다양한해석이 가능하며,오리지널을 변형한 작업을 되풀이함으로써 무엇이진짜며 옳은가를 관람객이 구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이러한 사고의 혼란을 통해 해답을 풀어내는 작가와 관객의 상호작용은 존스가 작품을 통해 평생 추구해온 목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관객들은 원형과 모방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된 평면,과녁등 간단한 소재에서 그 경계를 스스로 터득해야만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결코 단순하지만 않은 작품세계에도 불구하고 그가 미국국민들의사랑을 독차지하게 된데는 그의 작품이 지니는 시대성에 있다.
존스의 예술세계는 바로 미국의식의 반영이다.60년대 그의 화폭은 우울한 회색톤이 주조를 이룬다.
70년대 접어들며 질서와 속도를 상징하는 숨가뿐 선들이 단조롭게 반복된다.산업사회의 중반기에 들어선 미국사회의 반영이다.
세계 최고기록으로 알려진 2백50만달러에 팔린 존스의.잘못된시작'은 풍요의 시대 80년대를 대표한다.빨강.파랑.노랑으로 이뤄진 원색의 화려한 화폭에 색의 이름을 뒤바꿔 써놓은 이 그림은 파랑이 노랑되고 빨강이 파랑된 미국사회의 현상과 본질의 괴리를 암시하고 있다.
부는 축적했으나 도시 여피족과 마약등 미국이 이룬 퇴폐문화에대한 작가적 분노라 할 수 있다.
90년대들어 존스의 예술은 또다시 변신한다.
80년대 환상에서 깨어난 미국사회를 반영하듯 톤이 차분해진다.세잔의 그림들을 재구성한.세잔 이후'는 고전적 색채를 담고 있다. 재스퍼 존스.그는 미국문화의 다양성을 온몸으로 반영하며카멜레온같이 변하는 시대를 수용하고 흡수한 현대 미국문화의 산증인이다.

<뉴욕=김은.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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